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런던 화재참사' 반면교사 삼아야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6 17:10

수정 2017.07.06 17:10

[특별기고] '런던 화재참사' 반면교사 삼아야


"실수로 자기 집에 불을 낸 자는 곤장 40대, 이웃집까지 태운 자는 곤장 50대, 종묘(宗廟) 및 궁궐을 불태운 자는 사형에 처한다. 궁궐 창고의 수위나 죄인을 간수하는 관리들이 불이 났다고 해서 도망갈 경우 곤장 100대를 친다."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태종이 1417년 11월 10일 밝힌 '금화령'의 내용이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 8년(1426년)에는 화재 예방을 위해 오늘날 방화벽과 같은 개념인 방화장(防火墻)을 가옥 사이에 쌓았다. 또 도로를 넓게 만들고 관청과 가까이 붙어 있는 가옥은 철거했으며 개인 집은 5칸마다 우물을 두고, 모든 관청에는 두 개의 우물을 파서 물을 저장하도록 명했다. 조선시대에도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이로 인한 피해가 막심했기 때문에 화재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정부가 나선 것이다.
그리고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날에도 세계 각국은 화재로 인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 손실을 막고자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재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79명 이상이 사망한 영국 그렌펠 타워 화재는 우리 사회에도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대형화재는 인명피해, 재산상 피해를 넘어 사회적 불안을 가져오는 국가적 재난이자 사회적 문제임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영국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0년 38층에 달하는 건물의 외벽 일부를 태운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가 있었다. 2015년 1월 5명의 사망자를 낸 의정부 대봉그린 아파트 화재도 있다. 연일 크고 작은 화재는 계속되고 있고, 고층 빌딩과 아파트는 우리 주변에 즐비하다.

이번 그렌펠 타워 화재 소식을 접한 많은 시민들은 '우리나라 고층아파트에서도 불이 나면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어린 목소리를 보낸다. 다행인 건 우리나라 공동주택은 콘크리트 벽식 구조인 데다 세대마다 방화구획이 있고, 외벽 마감재료도 불에 안 타는 콘크리트이기 때문에 화재 확산이 빠르지 않다는 점이다.

다만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에서 보듯, 외장재가 가연성인 고층건물은 대형화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2012년 건축법이 개정됐다. 30층 이상 건축물에는 불연성 재료를 외장재로 사용해야 하고, 고층 건축물의 피난안전구역과 피난승강기 설치가 의무화됐다. 3년 뒤 의정부 화재사고를 겪으며 불연성 마감재 의무사용 대상은 6층 이상의 건축물로 더욱 확대됐다. 화재가 인접 건축물로 확산되지 못하도록 건축물 간에는 일정 거리를 확보토록 했다. 정부는 이번 런던 화재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범부처 특별팀(TF)을 구성해 제도상 미흡한 부분은 없는지 국민의 안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를 고민하며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화재는 언제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발생할지 모르며 한 명의 부주의가 국가재난으로도 확대될 수 있는 사고다.
화재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 정부의 대책 마련과 더불어 국민 개개인도 경각심을 갖고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수칙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쳤을 때 불은 비극을 낳는 사고뭉치가 아닌 유용하고 편리한 도구로 우리 곁에 남을 것이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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