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에너지 정책, 숲을 보자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6 17:22

수정 2017.07.11 09:42

[기자수첩] 에너지 정책, 숲을 보자

이제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레인지인 인덕션을 사용하는 주방이 어색하지 않다. 인덕션뿐인가. 식기세척기, 의류건조기, 전기를 사용하는 광파오븐도 사용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올해에만 인덕션과 의류건조기가 각각 50만대, 40만대가량 팔릴 것으로 전망한다. 다양한 가전제품이 인기를 얻는 이유엔 편리함과 함께 전기료 부담이 적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영업사원들도 한 번 쓰는 데 '고작' 몇 십원에서 몇 백원 정도 나온다고 소비자를 안심시킨다.

전기차도 더디긴 하지만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급 속도가 계획보다 늦은 탓에 정부 보조금이 후하다. 4000만~5000만원 수준인 전기차를 중앙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2000만원 중반대로 살 수 있다. 다른 에너지 대신 전기를 사용하려는 전환수요도 함께 계속 증가하는 게 문제다. 전기는 2차 에너지다. 석탄, 석유, 원자력, 태양광 등 다양한 1차 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를 만든다. 과정을 한 번 더 거치지만 다른 에너지에 비해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은 아이러니한 점이 많다. 인덕션 등 다양한 가전제품 사용으로 전기사용량은 급증했다. 개인 입장에서 볼 경우 전기를 사용하면 비용 부담이 적다. 그러나 2차 에너지인 전기 사용량 증가는 사회 전체적으로는 추가 비용을 늘리는 요인이다.

전기차도 잘 따져봐야 한다.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정부가 수천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사용을 권장한다. 우리나라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가운데 석탄 등 화석연료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환경을 위해 전기차를 더 많이 굴리면 굴릴수록 석탄을 더 태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에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꼼수가 동원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신재생에너지원 가운데 우드펠릿을 사용한 목질계 바이오매스가 포함된다. 우드펠릿은 원통 모양의 목재 원료다. 일각에선 대기오염물질을 석탄보다 더 많이 배출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에너지 정책은 국민 생활과 밀접하다.
산업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어느 한 부분만 보고 정책을 만들어선 모순에 빠지기 쉽다.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gmin@fnnews.com 조지민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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