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집배원은 죽고 있다.."사회적 타살, 국가 직접 조사해야"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0 13:13

수정 2017.07.10 13:31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집배원들이 최근 연이어 발생한 집배원 사망 사고에 대해 국가 차원의 국민조사위원회를 구성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김규태 기자.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집배원들이 최근 연이어 발생한 집배원 사망 사고에 대해 국가 차원의 국민조사위원회를 구성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김규태 기자.
우체국에서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집배원 분신을 포함해 6개월 새 집배원 등 12명이 사망했다. 사고를 빼면 모두 과로사와 자살이다. 우체국 집배원들은 “동료들의 죽음은 구조적 문제, 즉 사회적 살인이다.
더 많은 죽음을 막기 위해 국가에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사망
1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이하 집배노조), 경찰 등에 따르면 휴가 중에 자신이 근무하던 우체국 앞에서 분신한 집배원이 지난 토요일(8일)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이틀 만에 숨졌다. A씨(47)는 6일 오전 11시께 경기 안양시 안양우체국 앞에서 인화성물질이 든 500㎖ 음료수병을 몸에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우체국 직원들과 청원경찰이 곧바로 소화기로 불을 껐지만 A씨는 전신에 2, 3도 화상을 입었다. 경찰은 A씨가 분신을 하게 된 이유 등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 6월 8일에도 경기 가평우체국에서 집배원 B씨(57)가 휴게실에서 사망 한 채 동료에게 발견됐다.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그보다 한 달 전인 4월 25일 충청아산우체국에서 집배원 C씨(47)가 심근경색으로 인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한 달에 두 차례 꼴로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올해 숨을 거둔 집배원의 사망 원인은 과로사(5명), 자살(5명), 사고사(2명)다. 집배 노조 측은 A씨를 포함해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안양우체국은 집배부하량이 1.154로 경인지역 평균(1.132)보다 높아 전 지역에서 가장 바쁜 곳이라는 설명이다. 집배 노조 관계자는 “A씨는 20년 경력의 집배원이었지만 갑작스러운 업무 변경으로 인해 적응이 어려웠고, 또 물량도 많아져서 업무 과다에 시달렸다”며 “근무 나가기 전엔 배달 지역을 그림으로 만들기까지 하면서 아내에게 업무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조사위원회 반드시 필요”
집배노조는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집배노동자 사망에 대한 국민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집배노조는 A씨 사망 사건을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자살’로 보고 산업재해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또 집배원들의 연이은 사망 사고에 대해서 국가 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노조 측은 “작년에 7명 올해 12명 이렇게 연이은 줄지은 사망이 일어나고 있는지 개선책 만들어야 한다”며 “우정사업본부는 개인의 부주의라며 책임 돌리고 있지만 현실에선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배원들은 우리나라 근로자들에 비해 연평균 600시간 이상 일을 더 하고 있다. 우리 사회 가장 심각한 노동 상황이 공공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참혹한 집배원 연쇄사망사태는 사회에 의한 타살”이라고 밝혔다.

집배노조는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청와대 인근에서 1인 시위를 이어 가갈 계획이다.
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에 집배원 사망사고에 대해서 항의방문을 하며, 세종시 우정사업본부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촛불 집회를 열 방침이다. 다음주 월요일(17일)에는 A씨가 분신한 안양 우체국 앞에서 추모 집회를 연다.


집배노조 관계자는 “국민 누구에게나 친근한 집배원들의 죽음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으로 더 이상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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