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예고된 ‘0%대 성장’

지령 5000호 이벤트
다가올 미래는 미지의 영역이지만 통계학은 예측 가능한 것으로 본다. '추정'이라는 전제를 달긴 하지만 '예정된' 앞날을 제시하는 것이다.

인구문제 또한 미래의 영역이다. 현대 국가에서 인구 문제는 가장 중요한 경제 문제다. 한 국가의 미래 성장세, 투자, 소비 등의 가늠자다. 경제 흐름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면 해법을 찾아야 할 최우선 과제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보고서'는 그런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고서의 핵심은 현재의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계속될 경우 10년 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대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2000~2015년 연평균 3.9%이던 경제성장률이 2016~2025년 1.9%로 떨어지고, 2026~2035년에는 0.4%까지 하락한다고 전망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1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고, 내년이면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오래전부터 예고된 '예정된' 미래여서 보고서가 새롭게 충격을 던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있다. 우리 스스로 예정된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자만에 빠져 '경고등'은 계속 켜져 있는데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 나아가 사회와 국가, 민족에게 미래는 노력에 따라 바꿀 수 있다. 어느 누가 일제강점기, 이어진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규모 세계 13위의 국가로 한국이 발돋움할 것이라고 상상했겠는가.

하지만 인구의 미래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일본이 실례다.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앞서 저출산.고령화의 심각성을 겪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정부 차원에서 줄기차게 저출산대책을 밀어붙였지만 실패를 거듭해 왔다는 뉴스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최근에는 아베 정부가 '1억 총활약 사회 실현'을 최우선 국가정책 목표로까지 설정하면서 국가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일 발표된 일본 총무성 인구동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일본 인구는 작년보다 31만명 줄어든 1억2558만명으로 집계됐다. 1968년 이후 최대의 인구감소 폭이다.

예정된 미래가 어둡다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저출산 해소'는 문재인정부의 3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저출산 문제는 임금, 노동시간, 여성정책 등이 다 연관돼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으로 나뉘어 있는 정책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성장률 둔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여성의 사회활동 참가율을 끌어올리는 게 대표적이다. 성장률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필요한 재정을 마련,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중장기적으로 저출산을 막는 게 최고의 경기대책이다. 일본이 반면교사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