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반려동물도 가족이다] '식용 개농장' 전국에 1만7000여곳… 발 붙일 곳 없는 '동물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0 17:15

수정 2017.07.10 17:17

fn연중캠페인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동행
1.강아지는 음식이 아닙니다
[반려동물도 가족이다] '식용 개농장' 전국에 1만7000여곳… 발 붙일 곳 없는 '동물권'

우리나라의 동물반려인구가 1000만명으로 늘어났지만 아직도 '개를 먹는 식용 문화'와 '길거리에 내다버리는 유기 악습'은 여전하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1911만가구 중 457만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으니 네 가구 중 한 가구,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식용 개사육 농장 1만7000여곳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식용견 사육농장이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육농장이 전국 1만7076곳에 달한다. 그리고 매년 200만마리의 개가 식용으로 도살되고 있다. 현행 가축분뇨처리시설 기준으로 개농장은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마저 신고된 개농장은 3000여곳으로 신고율은 16%에 불과하다. 식용 개농장은 '반려동물 도살장'과 같은 곳이다.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인 개들을 좁은 철장에 평생 가두어 사육하고 도살해 식용한다. 중국과 베트남 등 개식용 문화가 남아 있는 국가들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식용을 위한 무한번식 개농장의 존재와 조직적으로 1000마리 이상 개농장을 운영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국, 중국, 베트남과 함께 대표적인 개식용 국가로 분류되던 대만에서는 현재 개식용이 사실상 금지됐다. 경제발전과 사회적 인식 변화, 그리고 동물보호단체들의 강력한 항의를 통해 법 개정을 이뤄낼 수 있었다. 중국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국 남부 광시성 위린시에서는 개고기 축제를 앞두고 개고기를 팔다 걸리면 최고 10만위안(약 1600만원)의 벌금 또는 징역형에 처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실태는 어느 수준일까. 최근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관리부재 상태로 운영되는 개농장의 실태를 파악한 결과 가축분뇨처리시설 신고 의무가 있는 개농장이 최소 2862곳으로 확인됐다. 이들 개농장에서 최소 78만1740마리의 개가 사육되고 있으며 개농장 한 곳당 평균 273마리를 사육하고 있었다. 산속이나 외진 곳에서 사육되거나, 신고 되지 않은 중소 규모 개농장까지 포함하면 개농장의 규모는 훨씬 커진다.

■안락사.폐사 유기동물 연 3만2000여마리

한 해 우리나라 전역 동물보호소에서 주인에게 인도되지 못하고 안락사 또는 폐사되는 유기동물은 연간 3만2000여마리에 달한다. 하루 평균 유기동물이 평균 88마리 안락사 또는 폐사되는 반면, 소위 '식용'으로 개농장에서 죽어가는 개의 수는 하루에 최소 2740마리로 추정된다. 개식용으로 죽어가는 개는 유기동물로 죽어가는 수보다 무려 30배가 넘는다. 소와 돼지와 같이 허가된 별도의 도축장이 없기 때문에 개식용을 위한 도살은 대부분 개별 농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개들은 개농장에서 직접, 또는 '작업장'이라고 불리는 도살장에서 도살돼 식용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농장 수는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경기도가 744곳으로 가장 많다. 그 뒤로 경북(396개, 13.8%), 충북(379개, 13.2%), 충남(372개, 13%), 전남(197개, 6.9%) 순이다. 특히 전국적으로 1000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기업형 개농장도 77개(2.7%)에 달한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들다는 게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허주형 동물병원협회 회장은 "개식용 문화는 한때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적인 음식문화의 일종이었으나 시대와 문화가 발전하면서 서양이나 아시아 각 나라의 개식용 문화가 근절돼왔다.
현재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일부 아시아권에 남아 있는 개식용 문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며 특히 개농장에는 전업 지원과 생존권 보장을, 국민을 대상으로는 동물보호활동 등을 지원해 우리나라를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국가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