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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국내 동영상시장] 넷플릭스 발 넓히는데 규제에 묶인 국내기업.. 반격 기회마저 놓치나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1 18:25

수정 2017.07.11 22:30

'자체 콘텐츠의 힘' 확인
작년 한국서 힘못쓰던 넷플릭스 '옥자' 앞세워 국내가입자 늘려
독점공급 드라마에 잇단 투자, 방송사 콘텐츠도 대거 확보나서
국내업체 "안방 사수하라"
가입자 기반 약한 동영상업체들 사업자간 M&A 가장 절실한데 정부 규제에 '몸집키우기' 못해 콘텐츠 제작 투자할 시기 놓쳐
봉준호 감독의 신작영화 '옥자'가 국내 동영상 시장을 흔들어놓고 있다. '옥자'를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일부 극장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 뿐이다.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옥자'를 볼 수 없다. 지난해까지만해도 국내시장 진출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비아냥을 듣던 넷플릭스는 '옥자'를 계기로 한국내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옥자'를 앞세워 가입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은 속수무책이다. 넷플릭스가 '옥자'에 거액을 투자한 것처럼 동영상 업체들은 자체 콘텐츠를 확보해 승부수를 띄워야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아직 가입자 숫자가 적어 자체 콘텐츠 제작기반이 약한게 현실이다.


국내에서도 미디어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겠다고 나섰지만 정부가 불허하면서, 국내에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 있는 대형 미디어 기업이 탄생할 기회를 놓쳤다. 이후 국내 미디어 기업들의 자체 동영상 콘텐츠 제작은 뜸해졌다. 1년 넘게 국내 미디어 사업자의 콘텐츠 투자는 제자리걸음이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 결국 안방 동영상 시장을 넷플릭스 같은 해외 사업자에 고스란히 내주는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이라도 미디어 기업들의 덩치를 키울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흔들리는 국내 동영상시장] 넷플릭스 발 넓히는데 규제에 묶인 국내기업.. 반격 기회마저 놓치나


■넷플릭스, '옥자' 앞세워 국내 가입자 수 확대 '가속'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옥자' 서비스로 넷플릭스에 가입하는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1년 6개월여 기간 동안 약 13만여명의 가입자를 모으는데 그쳤다. 미국드라마 등 해외 콘텐츠 중심인 넷플릭스 서비스가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 그러나 이번 옥자의 개봉으로 상황이 변했다.

극장에서 옥자를 관람한 관객 수는 22만명을 돌파했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도 2배 이상 늘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넷플릭스는 '옥자' 출시 이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서 인기 순위 3위까지 뛰어올랐다.

넷플릭스는 전세계 1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동영상 서비스다. 넷플릭스 월정액에 가입하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스마트TV 등에서 자유롭게 수만편의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확대 전략은 크게 두가지로, 저렴한 가격과 독점 콘텐츠다. 특히 독점 콘텐츠 전략은 넷플릭스만의 차별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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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콘텐츠에 거액 투자하는 넷플릭스, 안방 내줄라 '우려'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미국드라마 '하우스오브카드'는 넷플릭스 가입자를 크게 늘린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하우스오브카드'의 대성공 이후 넷플릭스는 다른 국가로 진출할때마다 현지 정서와 잘 맞는 콘텐츠 제작에 거액을 쏟아 부었다. 이번에 개봉한 '옥자' 역시 넷플릭스가 제작비 5000만 달러 (약 570억) 전액을 투자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넷플릭스의 '옥자'가 주목받으면서 국내 동영상 시장에서도 독점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동영상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옥자' 외에도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등 영화제작사와도 계약을 맺으면서 한국 영상 콘텐츠를 대거 흡수하고 있다. 배두나, 차인표, 마동석, 윤여정 등 한국 배우가 대거 출연하는 드라마 '센스8'도 만들었다. 천계영 작가의 인기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도 12부작 드라마로 제작하기로 했다. 드라마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만드는 좀비물 '킹덤'도 제작 중이다.

국내 방송사가 만든 콘텐츠 수급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JTBC에 이어 CJ E&M,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등과도 제휴를 맺고 '응답하라' 시리즈 등 과거 인기 콘텐츠부터 '비밀의 숲' 같은 현재 방송 중인 최신 콘텐츠까지 수급하고 있다. 특히 '비밀의 숲'은 방송된 지 1시간만에 넷플릭스에 올라온다.

넷플릭스의 대표적인 자체 제작 콘텐츠 '하우스오브카드'
넷플릭스의 대표적인 자체 제작 콘텐츠 '하우스오브카드'

■가입자 기반 약한 토종기업, M&A 시도했지만 정부가 훼방

반면 기업들은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 자칫 안방 미디어 시장을 넷플릭스에 내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토종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가입자 기반이 약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독점 콘텐츠에 거액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가입자 수가 담보돼야 한다. 넷플릭스의 경우 한국 가입자는 적었지만 이미 1억명 이상의 글로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1등 유료방송 사업자라는 KT의 가입자도 불과 890만명 수준이다.

문제를 단숨에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M&A다. 미디어 사업자간 합종연횡으로 가입자 수를 단숨에 불리고 콘텐츠 제작 투자에 나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당장 지난해 추진됐던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M&A는 권역독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M&A 불허로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의 콘텐츠 제작 투자가 어려워졌다고 분석한다.

당시 SK브로드밴드는 CJ헬로비전 M&A로 가입자를 확대한 뒤 5년간 5000억원을 투자해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른바 '한국판 하우스오브카드'를 제작하겠다는 것이 SK브로드밴드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M&A를 불허하면서 '한국판 하우스오브카드' 전략도 물거품이 됐다.

■안방 안내주려면 지금이라도 콘텐츠 투자 확대해야

토종 기업들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글로벌 사업자들이 안방을 점령하고 있다. 국내 영상 시장을 대규모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넷플릭스와 '10대들의 네이버'라는 유튜브가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콘텐츠 제작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한국 드라마나 영화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K팝에 열광하는 북미와 남비 시장에서도 한국 콘텐츠가 통할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더이상 국내 시장에 한정된 미디어 서비스를 추구하기 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영상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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