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학교 상징 캐릭터 공모전 저작권 보호 못받는 고교생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2 17:21

수정 2017.07.12 17:21

학교 상징 캐릭터 공모 저작권은 학교가 가져.. 교육청 저작권 기준안 검토
서울 A 고등학교가 최근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 캐릭터·마스코트를 공모한다며 배포한 가정통신문에는 작품 저작권을 학교에 양도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A 고등학교가 최근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 캐릭터·마스코트를 공모한다며 배포한 가정통신문에는 작품 저작권을 학교에 양도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공모전을 통해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가로채는 일이 빈번해 지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시정했으나 여전히 일부 고등학생들은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몇몇 고등학교는 교육활동의 일부로 개최된 공모전이라는 이유로 저작권에 대한 검토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교육당국은 일선 학교 및 교육청이 진행하는 공모전에 대한 '저작권 기준안' 마련을 검토키로 했다.

■학교 측 "공모전 저작권 양도 문제 없어"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A고등학교는 최근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를 상징할 만한 캐릭터.마스코트를 공모한다는 가정통신문을 배포했다.
가정통신문에는 공모전 참가 희망자는 오는 17일까지 캐릭터.마스코트 설명서와 함께 작품 파일 또는 그림을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문제는 저작권 부분이다. 학교 측은 '대상 수상자는 본 공모로 출품하는 작품과 관련해 일체의 저작권 및 2차적 저작물 작성권, 기타 지적재산권을 학교에 양도하고 학교가 이를 활용하는데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선정된 작품에 한해서는 상을 준다고 게재돼 있을 뿐 다른 보상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 측에 저작권과 관련된 건의를 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교내 공모전이더라도 수상 내역이 남으면 대학교 진학에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울며 겨자먹기로 공모전에 응모를 해야 하나 망설였다는 전언이다.

학교 관계자는 "전문가도 아닌 학생 작품인 만큼 이를 활용할 때 2차 작업이 추가로 필요해 동의를 구한 것일 뿐"이라며 "학교에서 영리적 목적도 아닌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학생들을 상대로 연 대회인데, 저작권을 그렇게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사안인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인천 B고등학교는 지난해 저작권에 대한 언급 없이 생활복 디자인을 공모했고 수상자로 선정된 학생들에게 상과 소정의 상품을 주는데 그쳤다. 이후 올해 도입한 생활복 디자인은 대상도 아닌 장려상 수상작이었다. 해당 학생의 이름은 온데간데 없이 생활복 상하의 판매가 진행됐다.

■"저작권 위반… 관련 기준안 마련할 것"

이 같은 학교들의 조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014년 발표한 창작물 공모전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에는 저작권법에 따라 '공모전에 출품된 응모작의 저작권, 즉 지식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인 응모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고, 공모전의 주최가 입상작에 대한 저작재산권 전체나 일부를 취득하려는 경우 해당 응모자와 별도 합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양도 받을 경우 거래관행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공모전 주최 측이 공모전 제출 작품의 권리를 양도 받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범위 내에서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부득이하게 양도를 받아야 하는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골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해서 저작권법에 의해 처벌할 정도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불공정요소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공정위에서 시정권고를 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에서 저작권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해 생긴 일이라며 저작권 기준안을 마련해 교육청과 소속기관, 일선 학교 등에 안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는데 학교에서 그걸 모른 것 같다"며 "조만간 교육부와 협의해서 학교나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공모전에 대한 저작권 기준안을 마련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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