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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 인하-플랫폼 중립성...미래부 '규제 과속' 우려 확산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3 16:36

수정 2017.07.13 16:36

"관련 산학연 전문가와 충분한 논의 거쳐 ICT 철학 명확히 해야"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팽팽한 통신요금 인하, 플랫폼 중립성 같은 굵직한 정책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잇따라 규제의 칼을 들이대겠다고 나서고 있다.

전문가는 물론 업계와 심도있는 토론을 통해 정책이 마련되지 않고 미래부의 책상위에서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래부가 정책 성과 내기에 몰두해 자칫 '규제 과속'의 우를 범하고 이로인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가로막는 규제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성과주의에 급급한 미래부…통신요금 인하 강행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영민 미래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정책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지만, 상명하달식 정책 추진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유 장관이 지적한 바와 같이 “조직이 해체될 위기에서 새로운 임무와 기회를 부여 받은 미래부”가 성과주의에 매달려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미래부가 작성한 ‘통신비 대책 주요과제 월별 추진계획’에 따르면,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9월1일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상향(20%→25%)을 시행한 뒤, 곧바로 시장 모니터링 및 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6월 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함께 25% 선택약정할인을 포함한 통신요금 인하안을 발표했을 때, 이통3사 매출 감소에 대한 업계 및 외국 주주들의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자체 액션플랜을 마련한 것이다.

카이스트 이병태 경영대학 교수는 “미래부와 방통위가 그동안 수차례 시장개입을 해왔지만, 실제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민간기업의 가격 정책과 마케팅 전략 등에 정부가 관여할 권한조차 없는데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대선 공약을 정책으로 수립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경 없는 모바일 서비스 규제...국내 업체 역차별
미래부가 ‘플랫폼 중립성’ 개념에 대한 연구에 돌입, 정책 초읽기에 들어간 것 역시 규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플랫폼 중립성’이란 안드로이드와 같은 모바일 운영체제(OS)와 포털 및 소셜미디어 사업자들이 해당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에 대해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개념 규정이나 이에 바탕을 둔 규제가 이뤄진 적은 없다.

이에 미래부는 시장 파악을 위한 연구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정부가 연구 결과를 규제 도구로 사용한 사례는 많다. 앞서 정부는 2011년 망중립성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연구용역을 맡긴 뒤, 1년도 채 안 돼 ‘망중립성·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연구 용역이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산업 지형을 반영해야 한다”며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사업자를 배제한다면 사실상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특정 업체를 겨냥한 표적 연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등 모바일 서비스는 이미 국경을 초월해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규제를 빠른 시간 내 마무리하겠다는 접근 자체가 잘못된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학계 전문가는 “2000년 대 초반 지금 우리와 똑같은 논란이 있었던 미국과 유럽은 확고한 ICT 철학을 바탕으로 규제를 거의 안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은 인터넷과 기존 산업의 규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존의 규제를 완화시키는 형태로 규제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천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가 규제를 만들어 공평하게 실행하겠다는 의지가 있어도 해외 사업자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때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규제가 어떤 영향을 줄지, 국내외 업체 간 역차별은 없을지에 대한 다양한 시장 참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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