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계곡이 깊으면 정상이 높다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3 16:59

수정 2017.07.13 22:22

[차장칼럼] 계곡이 깊으면 정상이 높다

"요즘 누가 코스닥에 투자해. 돈 벌려면 대형주 사야지."

얼마 전 펀드매니저 출신 개인투자자, 일명 '매미'를 만났다. 펀드매니저 경력 7년, 개투(개인투자자) 경력 3년 도합 10년여를 주식시장에서 살아온 40세의 투자자다.

이 매미투자자는 코스닥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친구다. 펀드매니저로 근무할 당시에도 중소형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명성을 쌓았다.

"대형주로는 시장수익률을 이기기 힘들다. 하지만 코스닥 기업만 잘 선택해 1~2년 묵혀 두면 2~3배의 수익을 가져다준다"며 코스닥 예찬론을 폈다.


그랬던 그였지만 지금은 변했다. 코스닥 시장을 배신(?)하고 대형주 예찬론자로 변모했다.

사연은 이랬다. 펀드매니저 경험과 이력으로 개투로 나선 2015년 상반기에 중소형 장세가 오면서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직접적으로 금액과 수익률은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차는 국산에서 외제차로 바뀌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올 초 그리고 최근에 이르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해 말 코스닥 지수는 고꾸라지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650 선을 맴돌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400을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지만 코스닥 시장은 냉담하다.

투자수익을 올렸다는 소리보다는 '깡통'을 찼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 역시 이때 깡통을 찼다.

그러면서 코스닥 시장을 떠났다. 수익을 위해 찾아 떠나는 투자자들로부터 코스닥 시장은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코스닥 시장의 일일 거래대금이다. 호황 때는 하루 거래대금이 6조원을 넘기도 했지만 현재는 2조원대 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을 좇아 코스피 시장으로 옮기는 것은 당연지사다. 다만 걱정인 것은 너도나도 모두 대형주로 쏠리다 보니 '상투'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증권사 지점에 '아기를 업은 주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조심스럽게 주식을 빼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한 코스닥 시장이 소외받으면서 격차가 크게 벌어져 쏠림 현상이 지나치는 점이다. 혹자는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상관관계가 없다. 간격은 더 벌어지는 게 맞다"라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도 대기업 납품사라는 점에서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좋으면 납품사들 역시 낙수효과로 실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현재는 전적으로 수급 측면 탓이지 기업의 내재조건 차이는 아닌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7년여 만에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오명에서 탈출하면서 관심을 더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다. 차분하게 생각할 시점이 왔다.

막힌 도로에서 빨리 가겠다고 차로를 이리저리 바꾸지만 그리 많이 앞서 가지는 못한다.
되레 뒤처지는 일이 많다. 결국 차로를 바꾸느라 신경만 잔뜩 쓰고 기름만 더 들어간다.


'계곡이 깊으면 정상이 높다'는 속담처럼 코스피 지수가 7년을 지나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듯 코스닥 지수도 크게 오르지 않을까.

어디를 선택하든 모든 투자 결정은 자신이 내리는 수밖에 없다.

kjw@fnnews.com 강재웅 증권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