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국, 개최시기 미룬 후 "FTA 득실 따져보자" 요구할 듯

美, FTA 개정 협상 요구…우리측 카드는
협상대표 공석 등 내세워 美측에 일정 연기 요청
車.철강 등 주요 쟁점 관련 양국 공동 분석.평가 요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간 미국 정부는 비공식적으로 FTA 재협상 또는 개정을 시사하다가 주무부처인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12일(현지시간) 우리 정부에 공식 통보했다.

한.미 FTA 발효 5년3개월 만에 개정이 공식화한 것이다. 절차상 양국이 합의할 경우 FTA 개정협상은 개시된다. 여러 정황상 미국 정부의 요구를 거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일정을 늦춘다 해도 올 하반기 내에 양국은 한.미 FTA 개정을 위한 협상테이블에 앉을 전망이다.

미국은 그간 한국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며 줄기차게 요구한 자동차, 철강 분야에서 관세 조기철폐, 덤핑수출 규제 등 통상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의 FTA 개정 요구를 예상은 해왔지만, 정작 새 정부 출범 이후 통상을 책임지는 통상교섭본부장(차관급)조차 임명하지 못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그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만만치않은 미국을 상대로 본라운드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 "개최 연기 요청할 것"

13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소집을 요청하는 미국 USTR 명의 서한을 주미대사관을 통해 접수했다.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 국장급 관계관을 미국에 보내 USTR 측과 구체적인 의제 및 개최시기를 조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워싱턴DC에서 한.미 양국 특별공동위를 개최하자는 미국 측의 요구다. 미국 입장에선 한국 정부 교체(5월 9일)와 양국 정상회담(6월 30일) 등을 치른 현 시점을 FTA 개정 요구 최적의 타이밍으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FTA 개정은 양자합의가 기본이다. 협상 개시도 양자가 동의해야 한다. 일단 상대국(미국)에서 개정을 목적으로 공동위원회 소집을 공식 요구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동의하든 안하든 내달 초까지 우리 측 의사를 회신해야 한다. 일단 정부는 개최시기를 늦추자고 제안할 방침이다. 한.미 FTA 협정문상 양측 합의 시 연기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여한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우리 측 협상대표인 통상교섭본부장도 임명되지 않고 정부조직법 개정안(통상교섭본부장에 '통상장관' 지위 부여)도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미국 측과 실무 협의해 향후 개최시점을 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협상 개시가 FTA 재협상인지, 일부 개정을 의미하는지는 양국의 속내가 다르다. 정부는 "미국 측은 '개정, 수정' 용어를 사용했다"며 재협상(renegotiation)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다소 완화된 표현을 썼다고 해도 협상 본라운드에서 미국 측이 어떤 사안에 대해 돌발적인 개정 압박을 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자동차.철강 등 주요 쟁점

FTA에 관해 할 말이 많은 것은 양국 다 마찬가지다. 미국은 무역적자를 내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측 입장에선 미국은 FTA로 상당한 수혜를 보고 있다. 개정협상에 앞서 이를 제대로 양국이 짚어봐야 한다는 게 우리 측의 기조다. 여 국장은 "과연 미국이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미국이 개정협상에 관심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등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미국의 FTA 개정 압박카드는 보호무역에 기초한다. 이미 큰 그림은 나와 있다. 자국 내 일자리 확충과 연관된 미국 자동차산업 및 에너지 안보와 관련된 철강산업 보호다. 한국의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연비규제 등 비관세 수입장벽, 한국산 철강제품 덤핑 수출 등을 미국은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 측의 강점인 법률.미디어.문화콘텐츠 등 서비스업, 제약시장 추가 개방 압박도 예상된다. 한국의 FTA 협정세율(단순평균 1.6%)을 미국 수준(0.3%)으로 낮추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양국이 FTA 협정을 폐기할 최악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 측도 한국과 FTA로 적자를 내고 있다고 하지만 의료, 농산물 등과 지식재산권(2015년 기준 미국 측에 60억달러 사용료 지불) 등 서비스분야에서 상당한 수혜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자동차 등 대한국 수출(지난 5년간 연평균 37.3% 증가)에 타격을 입게 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