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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EU에 줄 돈 있다" 처음으로 인정, 브렉시트 협상 물꼬 트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4 14:46

수정 2017.07.14 14:46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과정에서 처음으로 EU에 줘야 할 합의금이 있다고 인정했다. EU 관계자들은 그동안 모호하게 책임을 회피했던 영국 정부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이제서야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이스 애너레이 영국 브렉시트부 부장관은 13일 의회에 제출한 브렉시트 협상에 대한 서면 진술서에서 EU에 줄 합의금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재정적인 합의에 대해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에 임하면서 법률과 관계 지속이라는 관점에 합치하는 입장에서 영국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공정한 합의를 위해 EU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혀 왔다"고 지적했다. 애너레이 부장관은 "영국 정부는 영국과 EU가 서로에게 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며 이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남아있을 것이기에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17일 EU 담당자들과 협상에서 각국 시민권자들의 권리와 합의금, 북아일랜드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었다.


영국은 지난달 브렉시트 절차를 공식적으로 시작했지만 EU에 빚진 게 있다는 언급은 최대한 피해왔다. 영국이 EU 회원국으로서 이미 내기로 약속했던 각종 예산 기여금과 부채들은 최대 1000억유로(약 129조원)로 추산된다. EU는 해당 문제를 확실하게 하기 전까지 전까지는 무역협정 등 다른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3월 EU 정상회담에서 합의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대신 "영국민들은 매년 EU 예산에 엄청난 금액을 내려고 브렉시트를 결정한 게 아니다"며 합의금 요구를 에둘러 비판했다. 브렉시트 운동을 주도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4월에 브렉시트 이후 오히려 영국이 EU에 냈던 분담금을 되돌려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영국이 EU에 돈을 내야할 의무가 없다며 한 푼도 내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한 EU 관계자는 FT와 인터뷰에서 "영국의 이번 진술서는 전보다 진전된 것"이라며 "합의금 문제가 답보상태라면 실질적인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FT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합의금 문제에 따른 양자 간 대치상태가 지속될수록 남은 협상시간이 줄어든다며 영국의 이번 결정이 17일 협상에 속도를 붙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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