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드라기, 내달 ‘자산축소’ 입열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4 16:51

수정 2017.07.14 16:51

美 잭슨홀서 연설 예정 ECB 통화회의 2주 앞둬
시장에 정책변화 대비 시사.. 3년전엔 양적완화 사전예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가 다음달 하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례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연설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ECB 관계자를 인용해 드라기 총재가 잭슨홀 연설에서 ECB의 양적완화(QE) 축소(테이퍼) 가능성을 시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드라기는 3년 전인 2014년에도 잭슨홀 연설을 통해 QE 개시를 사전 예고한 바 있다.

ECB 관계자들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다음달 24~26일 캔자스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미 연준의 연례 휴양프로그램에 참석한다.

캔자스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연준의 잭슨홀 콘퍼런스는 주최측 초청으로 연사가 결정되며 연사 명단은 콘퍼런스가 임박해서야 공식 발표된다.

ECB 관계자들은 드라기 총재가 이번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자리에서 오는 9월 7일 ECB가 통화정책회를 통해 테이퍼를 결정할 가능성을 시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화정책회의를 2주 가량 앞두고 열리는 콘퍼런스에서 테이퍼 의사를 내비침으로써 시장이 ECB 결정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는 의미도 있다.

현재 매달 800억유로에서 600억유로로 줄어든 ECB의 QE는 올 12월까지 계속된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국채를 위주로 채권을 사들여 시장에 돈을 푸는 ECB의 QE는 공교롭게도 3년 전인 2014년 8월 드라기 총재의 잭슨홀 연설에서 출발한 바 있다. 당시 연설에서 드라기 총재가 QE 운을 뗀 뒤 ECB의 채권매입이 결정됐다.

드라기가 테이퍼를 시사하게 되면 세계 양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3년전 바로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엇갈린데 이어 이번 잭슨홀 미팅을 계기로 다시 같은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연준은 2014년 테이퍼를 시작했고, ECB는 QE를 개시한 바 있다.

ECB 관계자는 드라기 총재의 테이퍼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유력한 방안이 내년 1월부터 매달 100억유로씩 채권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CB의 테이퍼는 그동안 끊임없이 논의된 주제다.

우선 유로존 성장률이 개선된데다 실업률이 8년만에 최저수준인 9.3%로 낮아지는 등 경제회복세가 탄탄해져 ECB의 부양책 없이도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자신감이 정책담당자들 사이에 높아졌다. 이 때문에 독일을 중심으로 한 QE 반대파의 목소리가 강해졌고, QE 지속 논리는 점점 빈약해지고 있다.

규정을 바꾸지 않으면 채권을 더 이상 사들일 수 없다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하반기가 되면 ECB가 사들일 수 있는 유로존 국채가 바닥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로존 국채 매입 한도를 33%로 제한한 ECB 채권매입 규정을 바꾸지 않으면 QE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렇지만 규정 개정은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어려운 문제여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 QE 축소가 조만간 시작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 배경이다.


그러나 드라기 총재가 잭슨홀 연설에서 운을 떼고 9월 회의에서 ECB가 테이퍼를 결정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ECB 목표치인 '2% 근접'과 크게 거리가 있는 1.3%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ECB 고위층에서 테이퍼 반대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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