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베를린 구상’ 본격화]

군사·적십자회담 제의… 北에 손 내밀다

文대통령 ‘베를린구상’ 본격 가동
첫 만남은 21일 군사회담 , 추석전 이산가족 상봉 위해 8월 1일 적십자회담 제의
北, 내민 손 맞잡을지 주목

정부가 17일 북한에 상호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남북군사회담(7월 21일)과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8월 1일)을 동시에 제안했다. 이로써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이른바 '베를린 구상'이 본격 실현 단계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참가 △군사분계선에서 적대행위 중단 △남북대화 재개 등의 4대 제안을 한 바 있다.

특히 남북대화 주무부처인 통일부 차원에서 당국회담 대신 민간과 군사회담을 선제안해 대화를 여러 수준으로 쪼개는 '대화 살라미 전술'을 본격화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아직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여건이 조성된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으면서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긴장 완화는 한반도 평화에의 초기 단추이기 때문에 제안한다"는 설명을 내놨다.

■'살라미 대화' 나선 정부

이날 대북 대화 제의는 국방부와 대한적십자사가 각각 남북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을 공개 브리핑을 통해 제안하는 형식을 취했다. 또 두 회담을 총괄하는 통일부 장관이 질의응답을 직접 받아 무게감을 실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대북 공식제안을 통해 "국방부는 군사분계선(MDL)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회의를 제안한다"며 "남북군사당국회담을 7월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측은 현재 단절되어 있는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복원해 우리측 제안에 대한 입장을 회신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도 서울 소파로 대한적십자사에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 해결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8월 1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가질 것을 제의한다"면서 "우리 측에서는 김건중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을 수석대표로 해 3명의 대표가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측 제안에 대한 조선적십자회 측의 입장을 판문점 남북 적십자 연락사무소를 통해 회신해주기 바란다"고 같은 형식을 띤 제안을 내놨다. 그동안 끊겼던 판문점 연락채널과 서해 군통신선 복구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또 회담장소도 MDL 기준으로 우리측 장소인 평화의집(적십자회담)과 북측 장소인 통일각(군사회담)을 각각 골라 상징성을 담았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와 일부 국내여론이 받아들일 여지도 함께 제시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를 위한 올바른 여건이 충족됐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 그런 여건은 충족되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제안을 하는 이유는 한반도 평화, 군사적 긴장 완화, 이산가족 문제와 같이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번 남북 대화는 한·미 공동성명에 제시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조건인 '올바른 여건(right circumstances)'과는 다른 수준의 대화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北 호응할까

북한이 이에 대한 답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많다. 북 정권이 우리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하지만 남북군사회담에 대해서는 다른 기류가 보이기도 한다.

북한은 지난 15일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베를린 구상'에 대한 첫 언급을 하면서 "제2의 6.15 시대로 가는 노정에서 북과 남이 함께 떼여야 할 첫 발자국은 당연히 북남관계의 근본문제인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이산가족 상봉을 두고 북한이 내건 조건인 탈북 여종업원 12명과 김련희씨의 송환은 우리 정부가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호응이 목적이 아니라 끊임없는 제안이 중요하다는 것이 정부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 호응이 어림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우리가 할 일은 긴장 완화에 대한 이야기를 깔아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