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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4차 산업혁명 없는 4차 산업혁명 주관부처"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8 13:54

수정 2017.07.18 13:54

통신요금 정책 굴레 벗고 신산업 정책에 역량 집중해야 
세계 주요국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성공에서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직접 소비자가 되는 정책을 짜내느라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주관 부처가 통신요금 인하 정책에 발목이 잡혀 4차 산업혁명 전략에는 눈도 돌리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회를 설치하고, 주무부처로 미래창조과학부를 선정하는 등 4차 산업혁명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호는 있지만 정작 미래부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1일 유영민 미래부 장관이 공식 취임하면서 정부 차원의 4차 산업혁명 대응책 마련이 기대됐지만, 오히려 통신요금 인하 정책에만 정책이 집중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규제 개선, 산업 정비 등에는 눈도 돌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부, 통신요금 인하 공약에만 매달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유 장관 취임과 동시에 통신요금 인하 월별 추진계획을 만들고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유 장관이 취임 전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오는 9월에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상향해 적용할 계획이다.
여기다 2만원대 보편요금제 도입과 통신사업자 진입규제 개선과 같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오는 21일 정책토론회를 거쳐 11월 중으로 개정안 국회 제출을 목표로 세웠다.

미래부가 이처럼 통신요금 인하 정책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으면서 4차 산업혁명 같은 미래 먹거리 마련에는 눈도 돌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미래부가 4차 산업혁명 주관부처인데 정작 4차 산업혁명 정책은 찾아볼 수도 없다는 비판이 미래부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ICT 업계 한 전문가는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의 선진국들이 ICT와 각 국가의 장점을 결합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고 있는데, 지금 한국은 통신요금 인하에만 관심이 집중된 상태"라며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지난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치고, 차관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이진규 미래부 제1차관, 전성배 미래부 대변인, 유영민 미래부 장관, 김용수 미래부 제2차관(왼쪽 첫번째부터)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지난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치고, 차관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이진규 미래부 제1차관, 전성배 미래부 대변인, 유영민 미래부 장관, 김용수 미래부 제2차관(왼쪽 첫번째부터)

■통신요금 인하에 발목 잡히면 미래사업 못해
사실 통신요금 인하 논란에 발목이 잡혀 정작 중요한 ICT 혁신 정책을 등한시 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통신요금 20%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후 방송과 통신 융합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요금에 발목이 잡혀 융합산업 육성 정책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5년 내내 통신요금 인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과학기술과 ICT 융합을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고 창업경제로 경제체질을 바꾸라는 정책의지로 설립됐지만,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실효성 논란에 시달리느라 5년 내내 다른 정책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의 분야에서 선진국에 비해 기술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의 쌀로 불리는 빅데이터 활용에서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미래부가 유지된 근본 뜻 다시 살펴야
ICT 전문가들은 미래부가 지금이라도 미래부 조직을 유지하고 확대하도록 한 정책의지의 근본을 다시 새겨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번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미래부를 유지하면서 4차 산업혁명 주관부처로 책임을 지게 한 근본 이유는 과학기술과 ICT를 결합해 신산업을 만들어내고 신산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하라는 것"이라며 "통신요금 정책에 역량을 집중해 정부의 인기관리에 매달릴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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