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들을 위한 서비스 대신 높은 수익.급여 챙기기 급급
금융계에 개혁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 생선 주는 꼴
대중들이 변화 주도하려면 금융개념 이해부터 시작해야
금융계에 개혁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 생선 주는 꼴
대중들이 변화 주도하려면 금융개념 이해부터 시작해야
우리 모두는 금융에 의존한다. 돈을 보관하고, 결제하고, 주택자금을 모으고, 사회 기반시설을 만들고, 노후 자금을 마련하고, 새로운 기업에 투자하는데 금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금융 활동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출의 대부분은 금융 내부에서 벌어진다. 도대체 왜 그럴까.
또 고용없는 성장, 부와 소득의 양극화, 그리고 인공지능.로봇 등 기술발전에 의한 급격한 일자리 감소까지 모든 것이 이미 현실 문제로 다가왔다. 이것들이 가까운 미래에 어떤 파급을 미칠지 상상조차 하기 두려울 정도다. 여기에 대해 우리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기억에서 멀어져 가는 듯하다. 이제 금융.경제 위기는 끝난 것일까. 다시는 오지 않을까. 브렉시트 과정을 밟고 있는 유로존과 영국, 새로운 리더십의 미국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새로운 길을 찾아 부심하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다룬 이 책은 금융위기는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위기의 근원적 요인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핵심요인이 본래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딴짓을 하면서 높은 수익과 급여를 가져가는 금융권의 행태와 문화라고 거침없이 지적한다. 이 책은 가까운 미래의 변화, 다시 다가올 금융.경제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제대로 된 금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금융이 정말 해야할 일을 하게 만들어 가계, 기업, 정부 모두에게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1980년대부터 금융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금융 사용자들을 위한 금융이 아니라 금융인을 위한 금융이 됐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금융 경영자의 소득을 기형적으로 키워 부의 양극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고발한다. 그러나 반대로 이 책이 주장하는 것처럼 금융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탐색 능력과 기존 기업을 관리하는 스튜어드십 역량이 개발되고 발전해 자본 사용자와 자본 제공자가 모두 승자가 되는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금융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이같은 문제점을 바꾸려면 규제보다 금융 구조와 금융계의 동기유인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듯 금융계 스스로 개혁할 가능성을 기대하지 말고 일반 대중과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깨닫고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금융의 기능과 여러 개념들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유동성, 분산, 레버리지, 리스크 등 금융의 기본지식과 효율적 시장 가설, 자본자산가격결정모델 등의 고급 개념을 비유와 사례를 들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며 나아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왑(CDS)이 어떻게 문제를 일으켰는지를 알려준다. 아울러 금융계 사람들의 잘못된 행위, 관행, 문화, 그리고 자기들끼리의 집단이기적 행태를 가감없이 고발한다. 테일게이팅.마팅게일같은 방식으로 도박인지 금융인지 불분명한 경계선 위를 아슬아슬하게 오고가는 업무 행태, 자기들의 풍부한 자금력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행사하는 로비 활동까지 언급한다. 로비에 사용되는 돈마저도 결국은 그들의 돈이 아니라 타인의 돈임을 지적한다.
서구 금융 부문을 신랄히 비판한 이 책은 우리나라의 금융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개인.집단 이기주의, 무책임한 태도, 즉흥적인 일처리, 허약한 업무 시스템, 그리고 '나만 아니면 돼'식의 풍조가 너무 팽배한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한다. 김주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금융이 어디로 가고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 책은 금융의 이상과 현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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