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Money & Money] 2017년 여름, 당신의 재테크는 안녕하십니까?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3 17:05

수정 2017.07.23 17:05

금발소녀 ‘골디락스’의 방문
주식, 미국보다 한국에 투자하라
실수요자라면, 내집마련 서둘러야
돈은 굴려야 커진다. 눈사람을 만들 때와 같은 원리다. 처음 눈을 뭉치는 게 어렵지 어느 정도 크기가 되면 금세 커지는 것이 눈덩이다. '재테크'라고 불리는 '돈 굴리기'도 비슷하다. 다른 게 있다면 재테크는 처음이나 나중이나 한결같이 어렵다는 점이다. 더구나 돈은 주머니에 넣어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상) 줄어든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돈의 값어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2017년 여름, 대한민국은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재테크에 대한 관심으로 후끈 달아오른 모습이다. 주식시장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부동산시장도 당국이 '과열'을 우려할 만큼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다.

■금발소녀 ‘골디락스’의 방문, 한국경제 확장국면 진입… 1990년대 후반 미국 호황과 닮은꼴

'골디락스(Goldilocks)'라는 말이 있다.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의 곰'에 나오는 금발소녀의 이름이다. 경제에서는 경기 과열도 침체도 없는 가운데 성장이 지속되면서도 과도한 물가상승이 수반되지 않는 최상의 상태를 의미한다.

증권가에서는 지금의 한국 경제가 1990년대 후반 미국의 골디락스 경제와 닮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996∼2000년 미국의 주식시장은 130%의 상승률을 나타냈고, 특히 나스닥은 400%나 올랐다.

무엇보다 경기가 확장 국면이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4%에서 3.5%로 상향했다. 0.1%포인트에 불과하지만 6년 만에 올린 것이라 의미는 작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6%로 높였다. 201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경기가 개선되면 가동률이 상승하고 기업들은 비용절감으로 인한 이익증가가 아니라 매출증가에 따른 외형성장이 가능하다.

물가도 안정적이다.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던 1년 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지난 2007년처럼 상승할 가능성이 없고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물가상승이라면 중앙은행의 긴축속도도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측면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장의 화두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으나 금융시장은 이미 그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4∼5년간 우리를 괴롭혀온 유가, 금리, 달러 등 주요 변수들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졌다"면서 "불확실성이 낮아졌다는 뜻으로,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Money & Money] 2017년 여름, 당신의 재테크는 안녕하십니까?


■주식, 미국보다 한국에 투자하라‘사상최고’ 코스피 부담스럽지만, 기업이익은 더 큰폭 증가

글로벌 주식시장 중에서는 유럽에 대한 기대가 높다. 가계, 기업의 펀더멘털이 골고루 좋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미국보다 매력이 더 높다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교역 개선에 따라 신흥국에 대한 투자도 유망하다. 삼성증권은 한국과 중국, 아세안을 유망지역으로 꼽았다.

한국은 증시의 상승보다 기업의 이익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수출과 내수가 차츰 회복되는 등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 그동안 부진했던 중국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경제 전반에 대한 낙관적 심리가 확산되고 부정적 요인이었던 통화정책 긴축 강도가 완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국내외 금리는 점진적인 상승이 예상된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투자는 그만큼 매력(채권가격 하락)을 잃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의 비중을 일정부분 축소하는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예측하지 못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채권에서 완전히 발을 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 국내채권 시장에서는 수출 및 기업경기지표 회복에 따라 국채 대비 크레딧물 투자가 낫다는 진단이다. 해외채권의 경우 신흥국 채권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미국 하이일드채권에 비해 신흥국 달러 채권의 스프레드 축소 여력이 여전히 높다는 설명이다.

■실수요자라면, 내집마련 서둘러야 정부규제 실수요자는 제외… 매매지역 잘 판단해야

부동산은 최근 정부가 주택시장을 주시하면서 강도 높은 규제책을 예고하면서 내집 마련 수요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투자나 투기세력의 주택시장 교란을 차단할 것"이라며 연일 주택시장을 잡기 위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는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별다른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부동산에 몰린 유동성이 쉽게 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실수요자가 생각외로 탄탄하다. 수요가 끊이지 않는 이상 주택시장의 오름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정부가 내놓고 있는 각종 규제책에서도 실수요자는 제외됐다. 즉 내집 마련을 위한 투자는 전망이 나쁘지 않다. 다만 주택시장이 국지적 양상을 보일 것이므로 매매지역을 잘 판단해야 한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실제 고객들 상담을 해보면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유동성이 너무 풍부해져 있기 때문에 주택시장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투자솔루션부 수석전문위원은 "지역에 따라 엄청난 편차를 보이고 있다"면서 "주택시장이 철저하게 사이클이 다르고 분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금 인상 압박 등으로 내집 마련이 꼭 필요한 30대 후반, 40대 초반 실수요자라면 무리가 되더라도 집을 구입해서 종잣돈을 만들고 시작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선 나은 선택이라고 주문한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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