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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산업 발목잡는 미래부 '자가당착'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3 17:20

수정 2017.07.23 17:20

통신요금 인하하고, 5G는 조기 상용화하라(?)
연간 4조6000억원 규모 요금인하 정책과 충돌
영업익 넘는 매출 감소 부담
5G설비 최대 30兆 투입 필요.. 기업 조기 투자 어림없어
ICT산업 발목잡는 미래부 '자가당착'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요금 인하'와 '5세대(5G) 조기 상용화'라는 쉽지 않은 정책 목표를 내놓고 자가당착에 빠졌다. 통신 3사를 대상으로 연간 4조6000억 원 규모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에 동참하라고 압박하는 동시에 세계이동통신표준화기구(3GPP)가 제시한 2020년 5G 상용화보다 1년 빠른 2019년 5G 조기 상용화도 이뤄내라고 다그치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서 추산한 통신 3사의 5G 설비투자 규모는 최대 30조원에 이른다. 통신업계는 연간 4조6000억원 통신요금 인하 정책이 진행되면 5G 조기 투자는 어림도 없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결국 4G 롱텀에볼루션(LTE) 보다 20배 이상 빠른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 5G에서 펼쳐질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팩토리 등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정부가 한 편으로는 통신업계의 투자여력을 줄이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미래부 내부에서도 통신요금 인하, 5G 조기 상용화 등 정책목표를 구성하는 세부정책은 제대로 구상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통령 공약사항을 무조건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업계와 협의를 통해 투자와 요금인하라는 두 바퀴를 모두 돌릴 수 있도록 조율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통신요금도 인하하고 5G도 조기상용화도 하라(?)"

23일 국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국정과제' 중 미래부는 통신요금 인하 방안으로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높이겠다는 계획과 2019년 5G 조기상용화를 실현하기로 했다. 미래부는 국토교통부 등 다른 부처와 2020년 제한적 자율주행차를 조기 상용화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자율주행 인프라 및 커넥티드 서비스 구축도 다짐했다.

하지만 5G 조기상용화나 스마트홈 등 IoT 기반 융합산업, 자율주행차 통신 인프라 등의 정책과제는 통신업계의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R&D)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럼에도 미래부는 통신사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상향을 '별도 조치 필요 없음'이란 꼬리표를 달고 강행하고 있다.

결국 통신요금 인하 정책으로 통신3사의 연간 영업이익 보다 많은 매출 감소를 감수하면서 막대한 투자비도 부담하라는 것이 정부의 ICT 정책 골자인 셈이다.

■보편요금제 정부 결정은 규제정책 후퇴

일단 미래부는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상향과 2만원대 보편요금제 도입 의무화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계획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통신요금 인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래부는 우선 3만원대 LTE 요금제에서 제공되던 음성.데이터(200분, 1GB)를 월 2만원에 이용할 수 있는 보편요금제를 SK텔레콤(시장지배적 사업자)이 의무적으로 출시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개입에 따른 시장경쟁 저하로 혁신적 통신요금 인하경쟁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희대 강병민 교수는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해당 사업자의 설비투자 여력이 훼손될 것"이라며 "보편요금제 기준 산정방식을 정밀하게 분석해 이통사 재무구조를 악화시키진 않는지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이치뱅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지나친 개입에 따른 한국 통신시장의 불확실성은 결국 투자를 줄여 네트워크 품질을 희생시킬 수 있다"며 "전 세계가 5G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한국 인프라 경쟁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래부 내부서도 정책 혼선...통신사업 등록제에 주파수는?

미래부가 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채 책상 위에서 만든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내부적으로도 혼선을 겪고 있다.

당장 미래부는 통신요금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방안과 함께 시장경쟁 강화를 위해 통신사업자 허가제를 등록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한자원인 주파수 없이는 사업허가 자체가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이동통신 사업에 대해 등록제 도입과 함께 제시돼야 할 주파수 정책은 "아직 논의중"이라고만 설명했다.

또 정부가 직접 요금을 결정하면서 선발 사업자 조차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운 시장에 신규사업자를 끌어들여 경쟁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인책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ICT 정책 전문가는 "산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채 미래부 책상위에서 논리적으로 만들어진 설익은 정책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라며 "현재 나와 있는 정책을 밀어붙이면 ICT산업 전체가 10년 이상 후퇴할 수 밖에 없어 지금이라도 신중한 전문가 토론을 통해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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