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자화장실, 의문의 구멍에 여성들 '몰카 공포'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4 16:15

수정 2017.07.24 16:15

지난 16일 SNS에 서울 신촌의 한 대형카페 건물 화장실이라고 올라온 사진에는 화장실 칸막이 문 부분에 구멍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여성들은 이 구멍이 몰카 촬영경로로 활용될까봐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16일 SNS에 서울 신촌의 한 대형카페 건물 화장실이라고 올라온 사진에는 화장실 칸막이 문 부분에 구멍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여성들은 이 구멍이 몰카 촬영경로로 활용될까봐 불안에 떨고 있다.

“여자화장실에 의문의 작은 구멍들이 진짜 많은데 남자화장실에는 없다고 하니 충격이네요. 몰래카메라(몰카) 구멍이었던가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여자화장실 칸막이에 난 구멍과 관련된 글과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많은 여성들이 지하철역과 같은 공공장소에 있는 여자화장실에 구멍이 뚫려 있어 누군가 이 구멍으로 몰카를 촬영할까봐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다.


■구멍 존재는 사실.. 지하철역 화장실서 발견
SNS에 올라온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홍대입구역을 비롯해 고속버스터미널 여자화장실 칸막이 사진에 구멍이 뚫려 있다. 부산, 대구 등 주요 공공시설 화장실 역시 마찬가지이고 일반 건물 화장실도 예외는 아니다.

강남역, 홍대입구역 여자화장실에서는 이런 구멍이 실제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24일 “홍대입구역은 신고 후 조치를 취했고 강남역은 화장실 2칸의 잠금장치가 떨어져 나가면서 구멍이 있는 것을 확인, 처리했다”며 “지하철 화장실 칸막이는 스테인리스 재질로 돼 있어 드릴이 아니면 뚫을 수 없기 때문에 몰카 구멍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그는 “지하철역 직원이 시간대별로 순환점검을 하지만 역 직원이 대부분 남자여서 청소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했거나 자재 수급 문제로 부품 교체가 안된 곳이 있을 수 있다”며 “지난달 지하철 몰카 합동점검 등 몰카 예방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구멍은 왜 생긴 것일까. 화장실 칸막이업체 관계자는 “경첩이나 잠금쇠, 휴지걸이 등의 모양과 크기가 달라 뗐다 붙였다 하는 과정에서 구멍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보통 부품 업체는 해당 부품만 납품하고 시공은 설비에서 따로 해야 하는데 구멍을 석고 등으로 메우지 않아 생긴 문제 같다”고 말했다.

■구멍은 몰카 경로일까? 알고 보니..
이처럼 화장실 칸막이에 생긴 구멍을 그대로 두는 곳이 많아 여성들이 불안감에 휴지로 틀어막기도 한다. 실제 이런 구멍이 몰카 촬영 경로로 활용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현금 수송업체 전 직원 이모씨는 한 은행 여자화장실 칸막이에 못으로 구멍을 낸 뒤 이 공간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용변 보는 은행 직원을 몰래 촬영했다가 덜미를 잡힌 바 있다.

다만 이런 구멍 주변에 몰카가 직접 설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몰카감지업체 서연시큐리티 손해영 보안팀장은 “요즘 몰카렌즈는 손톱보다 작지만 몰카회로는 새끼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공간은 있어야 설치 가능해 작은 구멍을 통한 몰카 설치는 어렵다"며 “화장실 공사 과정에서 사전설치를 하지 않는 이상 그런 구멍으로 몰카를 찍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화장실 천장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몰카 설치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손 팀장은 “화장실에서는 환풍기에 몰카가 설치된 경우가 많고 변기 테두리에 설치한 사례도 있었다.
몰카를 숨길 만한 곳은 옷걸이, 화재감지기, 각티슈, 액자 등 다양하다”고 전했다.

한편 2011년 1523건이던 몰카 범죄는 2016년 5185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 차원에서 올해부터 몰카 탐지장비를 보급하고 피서지나 화장실에서 몰카 설치 여부를 점검중”이라며 “지역전파소와 함께 합동점검을 벌이고 앞으로 몰카 탐지장비를 더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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