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톡]

폰지 사기로 몸살앓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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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다단계금융사기의 일종인 폰지사기가 중국의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폰지 사기(Ponzi scheme)란 명확한 이윤창출 없이 기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자의 돈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신규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비정상적 고배당 혹은 고금리를 보장한다. 그러나 더 많은 투자금이 추가로 들어오지 않으면 뇌관이 터지는 것이다.

잠잠하던 대형 폰지사건이 최근 또다시 불거지면서 중국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폰지사기의 심각성이 재조명받고 있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당국이 다단계 금융회사의 대표를 체포한 것에 대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게 대표적이다. 폰지사기로 거액의 돈을 사취한 해당업체 대표를 체포해 조사를 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투자자들이 대표를 놓아달라고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이다. 투자한 돈을 돌려받을 수 없을 것 같아 대표를 옹호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번 시위는 지난 1999년 4월 25일 파룬궁 회원들이 중난하이를 포위한 사태 이후 최대 규모라는 점이다.

사회주의 체제 안정을 최우선시하며 집회를 엄격히 금지하는 중국에서 시위를 벌인다는 건 극히 이례적 행동이다. 다만 이번 시위는 이념과 종교와 관련된 게 아니라 지극히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긴 하다. 그럼에도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시민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부동산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일 당시에도 이례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상하이시가 내놓은 오피스텔 규제 강화가 입주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항의가 집단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폰지사기에 걸려드는 일반 투자자들은 고배당의 유혹을 떨쳐내기 어렵다. 유일한 방법은 제도적으로 금융규제를 세밀화하는 것과 일반 금융소비자의 건전한 금융상식이 보편화되는 방법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에서 폰지사기가 횡행하는 것은 금융문화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고속성장을 구가하면서 부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이에 일반 서민도 일확천금의 꿈을 꾸다가 고배당이라는 유혹의 손길에 닿는 순간 무모한 투자행렬에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아 금융 리스크에 대한 중국 금융소비자의 인식이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당국이 폰지사기에 관해 강력 경고에 나섰지만 이 역시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단시간에 널리 확산되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한 투자사기보다 제도적 장치 마련이 더 느리기 때문이다. 금융범죄 역시 규제 강화보다 건전한 금융문화를 뿌리내리는 게 사회적으로도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인 셈이다.

jjack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