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리보, 2021년말 사라져… 英, 대안금리로 교체 추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8 17:47

수정 2017.07.28 17:47

英, 파운드 초단기 금리지수 평균 'SOIA'
유로 은행 간 초단기 대출금리 'Eonia' 중 검토
美, 내년부터 '레포'를 새로운 기준물로
전 세계 금융상품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런던은행 간 금리(리보.LIBOR)가 2021년 말이면 사라진다. 리보를 감독하는 영국금융청(FCA)이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미국은 내년에 리보를 대체할 새로운 금리 기준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앤드루 베일리 FCA 청장은 리보를 새로운 금리 기준물로 서서히 대체하는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면서 2021년까지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일리 청장은 "시장은 리보가 영원히 활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중심지인 런던에 있는 은행들이 일시적으로 부족한 자금을 메우는 등의 필요로 다른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적용하는 리보는 수백조달러 규모인 전 세계 금융상품의 기준금리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와중에 은행들이 리보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리 기준물로서 신뢰를 잃게 됐다. 각국 규제당국이 조사에 착수했고, 2014년 바클레이스를 시작으로 대형 은행들이 줄줄이 리보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보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처럼 누가 정하는 것이 아니고 은행들이 매일매일 서로 돈을 빌릴 때 예상하는 금리, 빌려줄 때 예상하는 금리를 통합해 산정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유로 은행 간 금리인 유리보(EURIBOR), 도쿄 은행 간 금리인 티보(TIBOR) 등 리보에서 파생된 금리 기준물도 같은 방식으로 금리가 정해진다.

금융위기가 리보 조작의 불씨가 됐다. 다른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은행은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의도적으로 낮춰 적어냈다. 결국 금리가 수급조절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은행 간 대출시장이 얼어붙었고, 리보는 추측 또 일부의 경우 고의적인 조작으로 결정됐다.

그렇지만 은행들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더 높거나 더 낮은 수준의 금리를 예상한다고 보고할 수 있다는 점이 리보 조작으로 이어졌고, 이 때문에 리보는 신뢰를 잃었다.

다만 이를 대체할 마땅한 수단이 없어 여전히 금융상품의 기준금리로 통용되고 있다.

1986년 리보가 처음으로 공개된 이래 은행들의 예상금리를 통합해 리보를 정하는 곳은 중앙은행이 아닌 업계 자율기구였지만 이 조작 사건으로 관할이 바뀌게 됐다.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NYSE) ICE 선물거래소 등을 갖고 있는 인터콘티넨털거래소(ICE) 산하의 ICE 벤치마크관리국(IBA)이 관할하게 됐다. 또 이를 FCA가 감독하게 됐다.

업계 자율에서 정부 기구가 함께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은행 간 대출시장이 쪼그라드는 부작용이 생겼다. 상당수 은행이 현 상황을 불편하게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베일리 FCA 청장은 리보를 대체할 새로운 금리 기준물을 영국은행(BOE)에서 마련 중이라면서 서서히 리보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대안은 크게 2가지다.

BOE가 개혁을 추진 중인 파운드 초단기 금리지수 평균(SOIA.Sterling Overnight Index Average)으로 대체하거나 유로 은행 간 초단기 대출금리인 이오니아(Eonia)로 대체하는 방안이다. 이오니아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감독한다.

미국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원하고 대형은행들로 구성된 미국 대체 금리기준위원회(USARRC)는 환매(레포) 금리를 새로운 기준물로 삼기로 했다.


내년부터 자율적으로 달러 리보를 레포로 서서히 바꾸게 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는 27일 "시장 참가자들이 더 이상 리보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BOE에 따르면 약 30조파운드 규모의 장외(OTC) 파생상품 계약이 리보를 기준금리로 삼고 있고, 달러 리보 계약은 수백조달러에 이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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