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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편견 없는 채용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30 17:20

수정 2017.07.30 17:20

[차관칼럼] 편견 없는 채용

#1. ○○공사에 합격한 A씨, '기계보수' 분야의 유능한 인재로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필기.면접전형을 거쳐 신입사원으로 선발됐다.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바로 실무에 투입됐다.

#2. 기계 분야에 취업하고 싶은 B씨. 그간 입사지원서 제출만 수십 번. 지방대 출신에 낮은 어학점수 등으로 서류전형에서 번번이 탈락, 실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어엿한 신입사원인 A씨는 취업 준비기간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응시기회조차 없는 현실"이라고 답했다. A씨는 2년 전 자신의 모습이 바로 B씨라고 말한다. 학연·지연·혈연 등 편견이 개입되는 인적사항을 배제하고 직무에 대한 것만 묻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었다.
"부모님 직장을 기재하고, 학교 이름을 묻던 다른 회사들과는 이력서부터 달랐어요"라고 말한다. "면접 또한 실제로 입사하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나 직무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강조한다.

지난 5일, 정부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마련.발표했다.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편견이 개입되는 인적사항을 요구하지 않도록 의무화하는 것이고, 이를 공공부문부터 실천하는 것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실력을 겨룰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 유능한 인재가 출신학교나 출신지에 대한 편견으로 서류전형에서 탈락되어서는 안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업 인사담당자 5명 중 4명은 편견 없는 채용 도입 취지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취업준비생 대다수(82%)가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환영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이번 달 '한국철도공사'는 서류전형에서 개인 인적사항을 삭제하고, 실력중심으로 심사하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3만5000명이 지원하는 등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평등한 기회에 목말랐던 것이다.

공공기관뿐만이 아니다. KT는 서류전형 대신에 'KT스타오디션'이라는 탈(脫)스펙 채용제도를 일찌감치 도입했다. 학력 등 일체의 스펙은 요구하지 않는다. 오직 지원자가 보여주는 역량만 보고 인재를 발굴하는 시스템이다. '중학교 중퇴, 검정고시로 졸업, 직업훈련원, 도로포장 아르바이트 경험', 결코 기존의 채용제도로는 합격하기 힘든 조건이다. 기존 대규모 공채방식보다 품이 더 드는 오디션 제도를 도입하여 힘들었지만, 인재를 뽑고 나서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지원자의 실력을 제대로 봐주기도 전에 선입견을 갖고 몇 가지 정보로 유능한 인재를 놓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노라고.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채용과정에 인력도 시간도 많이 든다고 하소연한다. 그렇다. 평등한 기회를 주고 공정하게 심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청년들에게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필요한 직무능력을 사전에 알려 준비할 수 있도록 하자.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은 기업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도전이 될 것이다. 편견이라는 틀을 깨고 우수한 인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실력을 바탕으로 공정한 경쟁의 길을 만들어갈 때 비로소 모두가 공감하는 편견 없는 채용,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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