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한국에서 '벤처기업'이란…

구글은 지난 1998년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이 '페이지랭크'라는 알고리즘으로 검색엔진을 개발해 창업했다.

구글 창업자들은 검색엔진을 시작으로 구글 맵과 세계 최초의 위성영상지도 서비스 구글 어스를 내놨고, 구글 글라스를 공식 발표하며 웨어러블 기기(입는 컴퓨터) 시대를 열었다.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펼쳐 국내에 잘 알려진 '알파고'를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업 딥마인드를 인수, 음성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선보였다. 구글은 자율주행자동차.생명연장 프로그램 등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학교 근처 차고에서 시작한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6676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구글은 지금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조직이자 선망받는 직장이다.

미국에서 '벤처기업'으로 분류된 '구글'이 만약 한국 기업이었다면 어떤 기업군에 속할까. 자산 규모로 보면 당연히 대기업 집단에 속할 것이다. 한국에서 벤처기업은 '첨단의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해 사업에 도전하는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도 '개인 또는 소수의 창업인이 위험성은 크지만 성공할 경우 높은 기대수익이 예상되는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독자적 기반 위에서 사업화하려는 신생 중소기업'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6일 공식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영문 명칭은 'Ministry of SMEs and Startups'(MSS)으로, 벤처기업을 지칭하는 영어 표현으로 '벤처(Venture)'가 아닌 '스타트업(Startups)'이 들어갔다.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영문 부처명은 페이스북 등을 지칭하는 벤처보다 '스타트업'이 정확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문재인정부는 일자리 창출 핵심과제의 일환으로 혁신창업 지원과 창업(도전)-혁신-성장-성공-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벤처 생태계 구축을 전면에 내세웠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한 것도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벤처 관련정책을 통합, 실질적 권한 부여와 함께 중장기 로드맵을 짜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초기 기업뿐 아니라 수백억~수천억 규모로 성장한 벤처기업까지 규모별로 적절한 정부 지원이 필요한데, 정부 지원책은 초기 기업에만 역점을 두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벤처기업에 대해 '혁신적 사고와 기술, 마인드를 가지고 혁신을 이루는 기업이며, 이 같은 속성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한번 벤처는 영원한 벤처'라고 정의한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활성화를 독려하면서 가장 많이 꼽는 사례가 '한국판 구글' '한국판 페이스북'이다. 기술 기반의 혁신 창업을 독려하면서 매출 규모가 커지면 기업의 속성은 배제하고 획일적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벤처.스타트업의 개념과 기준 재정립이 시급한 이유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산업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