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정규직 "100대 1 뚫고 입사했는데 노력 무시하나" 불만
노동계 "근로조건 등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바람직하지 않아"
노동계 "근로조건 등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바람직하지 않아"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하자 정규직,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동등한 평가 없는 동일대우는 역차별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입사 경쟁률 100대 1을 웃도는 공공기관 공개채용시험 등을 통과하기 위한 노력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기관들은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노동자 간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30일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역차별 논란이 커지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내년부터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서울시 산하 세종문화회관, 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 신입 공채 경쟁률은 최근 184대 1, 100대 1 등을 기록했다.
서울시 산하 기관 정규직 직원 박모씨는 "입사할 때 시험뿐 아니라 면접만 5개 과정을 거쳤다"며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시 경력을 모두 인정해 호봉체계가 같아질 경우 기존 정규직이 피해를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전환비용 때문에 향후 임금 동결 등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0대 1 경쟁률 뚫었는데"…임금 동결 등 걱정
특히 공공기관 입사 준비생들은 채용규모 감축을 걱정한다. 조모씨(29)는 "공채를 통과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년간 한국사 자격증, 토익 점수를 취득하면서 비용만 500만원 이상 들었다"며 "비정규직 입사 기회가 있었지만 정규직 입사를 위해 전력투구 중인데 전환 이후 정규직 채용이 줄어들까 두렵다"고 전했다. '공기업을 준비하는 모임' 등 취업준비생들이 찾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청춘을 포기하고 독서실에서 공부했는데 노력 하나 없이 들어온 사람들만 챙기느냐"는 등의 비난글이 올라온다.
동등한 대우를 위해서는 기존 평가제도를 거쳐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대립이 심한 직종은 4만6000명에 달하는 기간제 교사로, 이들은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전환 예외'에 속해 정규직 전환이 보류된 상태다.
서울교대를 졸업한 오모씨(26)는 "4년 동안 공부하고 임용시험까지 봤는데 (기간제 교사를) 무작정 전환해 교사로 인정하는 게 맞느냐. 시험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역시 기존 시험제도가 있는 상태에서 전환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간제교사들은 정규교사처럼 상시.지속적 업무를 한다며 고용형태 전환을 요구한다. 기간제교사를 하면서 임용시험 준비를 병행하는 배모씨(28)는 "서울에 임용 정원이 없어 기간제가 됐지만 시험을 통과했다고 수년간 기간제로 근무한 교사보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근거는 없다"며 "정당하게 업무를 해온 사람들에게 시험까지 통과하라는 것은 감정적인 대응"이라고 반박했다.
이로 인해 해당 기관들은 노동자 간 갈등이 커질까 노심초사다.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 무기계약직의 같은 직급화는 부당하다는 등의 볼멘소리가 나온다"며 "어떻게 조정해도 합리적인 통합방안을 찾는 게 힘들어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일 하는데 차별…감정대응 삼가야"
전환 인력에게 기존 정규직과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두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박성우 노동과인권 노무사는 "비정규직, 무기계약직으로 일한 사람은 법적으로 정규직이 돼야 맞기 때문에 비정상의 정상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근로조건 등은 노조와 사측 간 합의사항이지만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정규직 전환 시 기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평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등의 주장은 결국 비정규직 전환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자는 소리"라며 "정규직의 반발 역시 발생할 부분이지만 전환 과정에서 노조와 사측 간 합의와 양보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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