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北, 미사일 개발로 북미 대화 노림수.. 카드 줄어드는 韓 '대북기조 딜레마'

文대통령, 사드 추가배치 지시

한반도 출격한 美 장거리폭격기
한·미 양국은 30일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인 장거리폭격기 B-1B 2대를 한반도에 전개해 북한의 화성-14형 발사에 대한 무력시위를 펼쳤다. B-1B 랜서 2대가 한국 공군 F-15 전투기(맨 아래)의 호위를 받으며 경기 오산기지 상공을 저공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20여일 만에 기로에 섰다. 북한은 지난 28일 밤 기습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최대 정점고도 3724.9㎞까지 상승해 998㎞를 47분12초간 비행해 일본 본토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까지 날아갔다. 고각발사가 아닌 정상발사였다면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넘어 시카고까지 사정권에 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시계가 예상 밖으로 빨라지고 있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북·미 간 직접대화를 목표로 미사일 개발에서 달려가고 있는 북한과 이를 대화로 저지하겠다는 한국의 시계가 '시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북한으로선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것을 미사일 도발로 보여준 것"이라며 "그간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으로 그나마 남북대화의 룸(여지)이 있었는데 결국 한국의 외교적 공간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미 북한이 한·미가 상정한 레드라인(금지선, 인내한계선)의 임계치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29일 새벽 문 대통령이 전방위 대북 군사압박 의지를 과시하면서 일부 억제조치를 발표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의 '사드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지시'에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임시배치라고는 하나 사드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지시는 절차적.민주적 절차 문제를 거론해 온 문 대통령으로선 자기 모순에 가까운 조치다. 더구나 배치 연기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려 했던 그간의 노력도 물거품이 됐다. 이런 정치적 부담에도 강경조치를 내린 건 그만큼 현재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시한 한국의 독자제재 방안에 대해 "(경제제재를 포함해)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일 역시 종전과 다른 수준의 대북압박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한 지 30여시간 만인 30일 무력시위 차원에서 북한에 다량의 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장거리폭격기 B-1B 랜서 2대를 한반도 상공으로 전격 출격시켰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했던 10년 전 10·4선언의 추억은 이제 완전히 잊어야 한다. 베를린 구상은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ICBM 그늘이 짙어진 만큼 한국이 운전석에 앉아서 문제를 풀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으며, 이제는 국제공조를 통해 어떻게 풀어갈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여전히 대화 기조에 여지를 남긴 상태다. 지난 29일 새벽 NSC 전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은희 기자
ehcho@fnnews.com 조은효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