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로존 저물가에 ECB 통화긴축 발목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1 17:29

수정 2017.08.01 17:29

유로존 실업률 낮아졌지만 소비자물가지수는 안올라.. 통화정책 전환 늦춰질수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의 통화 완화 기조 전환이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실업률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인플레이션)률이 좀체 오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말 예정된 ECB 채권매입은 규모가 줄어 내년 중반까지 지속되고, 금리인상은 적어도 2년안에는 없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7월 31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드라기 총재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처럼 '실업률 하락 속의 낮은 물가'라는 수수께끼에 봉착해 있다면서 정책 고삐를 죄는 것이 당분간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가 발표한 고용, 물가 지표는 드라기 총재의 고민이 깊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 실업률은 5월 9.2%에서 6월 9.1%로 하락한 반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월과 같은 전년동월비 1.3% 오르는데 그쳐 올들어 최저치 수준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통상 실업률이 하락하면 임금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이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경제학 원리이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무너진 이 상관관계가 좀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HSBC 이코노미스트 파비오 발보니는 "유로존은 계속해서 매우 강한 속도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고, 이는 내수를 부양하는데 도움이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ECB 관점에선 불행하게도 실업률 하락이 아직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치환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고, 이에따라 독일의 통화정책 중립 전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지만 낮은 인플레이션은 드라기 총재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제동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드라기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자신의 주요 목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이에따라 조만간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어떤 조짐도 내비치지 않고 있다.

그의 이같은 고집은 실업률 통계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에 기반한 것이다.

최근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은 파트타임 일자리고, 많은 노동자들이 원하는 시간보다 더 적은 시간을 일하는 저고용(underemployment) 상태에 있다고 ECB는 평가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2007~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실업률과 임금간 상관관계에 '심대한 변화'가 일어났지만 그 관계가 끊어진 것은 아니며 결국 실업률 하락이 임금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를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ECB가 유로존 경제는 아직 통화정책 전환을 견딜만큼 탄탄하지 않다고 판단함에 따라 전문가들은 ECB의 통화부양축소(테이퍼)가 신중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RBC 캐피털 마켓츠의 카할 케네디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부양 축소는 매우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란 예상을 바꾸지 않고 있다"면서 "자산매입은 규모가 줄어든 상태로 내년 중반까지 이어지고, 금리인상은 앞으로 2년 안에는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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