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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경도 못하고 계약도장 찍으라고? 행복주택 사전점검 어려워 피해 속출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1 17:39

수정 2017.08.01 17:39

계약 임박해서야 사전점검, 대리인도 직계가족만 가능
LH, 모델하우스 건설 난색..점검기간 탄력운영 등 검토
집구경도 못하고 계약도장 찍으라고? 행복주택 사전점검 어려워 피해 속출


#.행복주택 서울천왕2지구 공가세대에 당첨된 사회초년생 A씨는 기쁨도 잠시, 최근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보금자리가 될 집 구경도 못하고 계약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달 7일이 계약일인데 집을 볼 수 있는 사전점검 기간은 바로 전날인 5~6일 단 이틀뿐이다. A씨는 해당 날짜에 지방출장이 잡혀 불가피하게 참석을 못하게 됐다. 사정을 이야기하자 대리인을 보내라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하지만 대리인은 직계가족만 가능하기 때문에 지방에 있는 부모님께 사전점검을 부탁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행복주택 등 임대주택의 사전점검을 입주자가 제대로 할 수 없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일 관련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임대주택 사전점검일은 입주자가 살 집을 미리 보는 과정이어서 매우 중요한데 계약일 직전에 강행하거나 계약 이후에나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사전점검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사전점검은 가구 배치 등을 위해 실측을 해야 하고 주택의 하자를 확인하고 보수신청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다. 하지만 임대주택 사전점검 기간이 지나치게 짧거나 촉박하다는 지적이다. A씨의 경우 단 이틀 만에 집을 보고 선택할지 결정해서 바로 그 다음날 계약해야 한다.

단지별로 일정도 뒤죽박죽이었다. 일반적으로 입주일 한달 전쯤 사전점검이 진행되지만 정책적으로 사전점검 일자를 명시해야 하는지 정해진 바는 없다. 사전점검 기간도 단지별로 이틀, 나흘 등 제각각이었다.

A씨는 계약 전 사전점검이 이뤄져 그나마 낫다. 대부분 임대주택은 계약 후에 사전점검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 집을 보지도 못하고 계약을 먼저 체결한 뒤 사전점검이 가능한 것이다. 또 새로 입주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임대주택 공가세대에 입주할 때는 사전점검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A씨는 "가족이 서울에 없어 행복주택을 신청한건데 대리인을 해줄 직계가족이 가까이 있겠는가"라며 "대리인을 구해도 내가 살 집인데 다른 사람이 봐주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행복주택에 당첨됐는데 안 행복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B씨는 "부동산에서 기존 주택을 구할 때도 먼저 집을 둘러보고 계약을 체결한다"며 "신규 분양도 모델하우스를 보고 계약하는데 임대주택은 집을 보지도 못하고 계약부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야 한다. 임대주택 입주민도 최소한의 권리는 보장받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정부는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공적 임대주택을 매년 17만가구, 임기 내에 총 85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급이 늘수록 이 같은 피해도 확대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일반 민간아파트 같은 경우에도 사전점검은 입주 직전에 한다"면서 "임대주택도 건물이 지어져야 사전점검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모든 임대주택에 일일이 모델하우스를 건설하면 원가가 상승할 수 있어 서울 강남구 수서 LH 홍보관을 이용해달라는 입장이다. LH 홍보관은 각 단지와 내장재가 좀 다를 수 있지만 모델하우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모든 임대주택에 일일이 모델하우스를 건설하기에는 원가상승 등 무리가 있다"며 "(사전점검일이 촉박하게 진행되는 문제는) 여유를 가지고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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