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유명인의 퍼블리시티권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6 17:18

수정 2017.08.06 17:18

[특별기고] 유명인의 퍼블리시티권

최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70% 이상 고공행진을 하면서 소위 '이니굿즈' '문템'으로 일컬어지는 대통령 연관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등장했다. 이처럼 제품을 홍보하고 영업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인물의 고객흡인력을 영업에 활용하는 것은 마케팅 측면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처럼 대통령뿐만 아니라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의 초상이나 성명, 목소리, 제스처, 이미지 등을 사용해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통제하는 권리를 퍼블리시티권이라 한다. 소비자가 특정 제품을 선택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주는 유명인의 퍼블리시티권은 비단 유명인뿐만 아니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2015년을 기점으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인정한 법원 판결이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퍼블리시티권에 대해 물권법정주의를 취하는 우리나라에서 보호의 필요성은 있지만 입법이 없기 때문에 보호할 수 없다는 문구가 이제 판결문에 정형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떻게 보호할까. 퍼블리시티권을 처음 판례로 인정한 미국은 보호 여부나 수준 등 그 내용이 다르지만 주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일본은 1970년대 여성 듀오인 '핑크레이디'의 사진을 모 잡지사에서 무단 게재한 것이 문제가 된 사안에서 2012년 최고재판소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면서 보호가 명확해졌다. 영국도 2013년 유명 팝가수 리 한나의 사진을 프린팅한 티셔츠를 판매한 사안에서 대법원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했다.

이처럼 주요국에서 법률 또는 판례로 보호하고 있는 퍼블리시티권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적절하게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민법상 사람의 초상을 무단히 사용하면 위자료 배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위자료 배상은 유명인의 감정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에 인정되는 피해액이 적을 수밖에 없는 반면 침해자는 그 사용으로 인한 이득이 피해액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적절한 보호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퍼블리시티권 보호에 적합한 법률은 무엇인가.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성과나 노력에 무임승차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법률이기 때문에 유명인의 초상을 상품 또는 서비스 광고 등에 동의 없이 사용, 그 유명인이 해당 사업체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오도하거나 기만하는 행위 등을 규제하는 데 적절하다. 이런 측면에서 부정경쟁방지법을 활용해 법원이 말하는 입법적인 흠결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데 법이 없어서 보호를 못하겠다는 법원의 레토릭에 동의하지 않지만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제를 입법하지 않는 입법부작위는 입법자의 명백한 의무 위반이다.


한류(韓流)가 세계화하면서 유명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인 등은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유명인의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가 관련 산업의 핵심이 됐다.

주요국에서 인정되는 권리를 언제까지 머뭇거리기만 하고 외면할 것인가. 제도는 사람이 만들지만, 만들어진 제도는 사람을 만든다.
시급히 부정경쟁방지법을 개정해 퍼블리시티권을 권리의 목록에 올리고, 관련산업 진흥과 인권 보호라는 입법과제를 달성해야 한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 최신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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