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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 대책 쇼크] 8·2쇼크 직격탄 맞은 재건축단지… "고냐 스톱이냐" 대혼란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6 17:39

수정 2017.08.06 22:23

서울 재건축 아파트 단지 10만7908가구 중 약50%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돼
여의도 "예정대로 추진".. 가장 피해 큰 과천 주민
"개인 재산권 침해" 반발.. 강남권 '미분양' 우려까지
대부분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중인 여의도 아파트 단지 전경.
대부분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중인 여의도 아파트 단지 전경.

과천 주공 7-2 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센트럴스위트' 건설현장.
과천 주공 7-2 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센트럴스위트' 건설현장.

재건축조합설립인가를 받지 않은 서울 송파구 송파미성맨션 전경.
재건축조합설립인가를 받지 않은 서울 송파구 송파미성맨션 전경.

8.2 부동산대책으로 가장 먼저 술렁이기 시작한 곳은 재건축시장이다. 유예를 기대했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내년 부활하는 것으로 확정됐고, 재건축조합설립 인가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는 등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재산권을 정부가 통제하는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한편 조합설립 인가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등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특히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 단지에서는 "거래 자체를 막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주요 재건축단지 조합설립인가 여부 따라 희비

6일 파이낸셜뉴스가 돌아본 서울과 경기 과천의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 추진 여부와 속도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재건축을 진행하는 아파트 단지는 총 10만7908가구다.
이 중 조합설립 인가까지 마친 5만5655가구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다. 나머지 단지들은 당분간 사업 속도를 늦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과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엇갈리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아직 재건축조합설립 인가를 받지 않은 서울 송파구 미성맨션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어차피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등을 고려하고 추진한 재건축 단지"라면서 "조합설립 인가부터 이주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재건축 추진 속도가 조금 늦춰질 수 있지만 아예 포기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 구현대아파트도 지난 4일 주민 50% 이상이 재건축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하면서 사업추진 요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이 단지 역시 지금 당장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앞으로의 정책 변화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반대로 빠른 사업 진행으로 조합설립 인가를 마친 단지는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맨션아파트는 조합원 아파트를 팔 기회가 사라져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게 됐다. 조합 측은 "정상적 조합이면 재건축 완공 시까지 조합원 지위 양도가 안 되고, 다른 곳을 분양받으면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며 "부동산 투기를 잡는다면서 개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 단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상이라 부담금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 윤지해 책임연구원은 이번 조치에 대해 "조합원 지위를 양도하지 못한다는 것은 시장에서 거래가 안 된다는 것인데 실수요자 입장에서도 그 단지에 대한 매수 기회가 없어지는 셈"이라며 "가격이 떨어질 수 있고, 사업도 지연되면서 조합원 개인으로서는 부담금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탁방식 추진하던 여의도는 예정대로 재건축 추진 의지

여의도의 재건축 단지들은 대부분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탁방식에서 조합설립은 지정개발자 지정인데 속도가 가장 빠른 시범아파트 외에는 아직 이 단계까지 진행된 곳이 없다. 현재 분위기는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관계없이 예정대로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작아파트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지정개발자 지정 이전이라 아직 매매가 가능하다"면서 "여의도 주민들은 투자보다는 실거주가 목적이기 때문에 시세는 조금 떨어지겠지만 재건축 진행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공작아파트는 서울시의 구역지정이 나오면 내년 초 KB부동산신탁으로 지정개발자를 신청할 예정이다.

가장 속도가 빠른 시범아파트는 이번 규제의 직접적 대상이다. 다만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에 대해서는 주민들 사이에 논란이 한창이다.

시범아파트 재건축 관계자는 "신탁방식은 조합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매수자가 분양권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구청에 유권해석을 요구하고 있는데 아직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은 조합설립을 해버리면 매매절벽이 오고,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어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며 "워낙 노후 아파트들이기 때문에 일단은 일정대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현재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추진위원회 설립을 마친 곳은 미성, 수정, 목화, 광장아파트 등이다.

■과천 12개단지 중 11개가 재건축.재개발 '날벼락'

이번 정부 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경기 과천시는 최대 피해지역으로 꼽힌다. 12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10개 단지에서 재건축사업이, 1곳에서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천시 아파트 대부분이 이번 대책으로 폭탄을 맞은 셈이다.

이미 상당수 이주가 진행된 가운데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단지별 추진 상황에 따라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과천은 5개(1.2.6.7.12) 단지에서 이미 재건축조합이 꾸려져 공사가 진행 중이고, 나머지 5개(4.5.8.9.10) 단지는 조합설립추진위를 설립했거나 할 계획이다.

과천 10단지 조합설립위원회 관계자는 "내년 2월 조합설립을 목표로 달리고 있었는데 대책 발표 뒤 조합설립을 미뤄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빨리 하는 게 능사가 아니며 제반 환경을 감안해서 늦춰질 가능성도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책은 엄청난 사건"이라면서 "국가가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천의 A공인 대표는 "과천은 거래가 뚝 끊길 것"이라면서 "주변 부동산업자는 다 죽으라는 얘기"라고 우려했다.

과천 주공 7-2단지를 재건축해 분양을 마친 '래미안센트럴스위트' 인근 B공인 대표는 "웃돈도 많이 붙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던 분양권 매매가 올스톱됐다"면서 "분양권도 영향이 있는지 의견이 분분한데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양불패' 기록하던 재건축단지… 미분양 우려까지

강남은 분양가가 이미 3.3㎡당 3000만원을 훌쩍 넘었고, 과천도 올해 말에서 내년 초 분양이 예상되는 대부분 단지는 분양가가 3000만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 규제를 적용받는 상황에서 이런 고분양가를 감당할 만한 실수요자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건설사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그간 '분양불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남 재건축 단지에 대한 수요가 높았지만 이번 규제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자칫 미분양 사태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강남 재건축 단지 (수주)사업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수요가 줄어들어 분양 흥행에 실패해 자칫 미분양 사태까지 갈 수 있어서 아무래도 향후 강남 재건축단지 수주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수익성을 꼼꼼히 따지며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여전히 강남이라는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간 집중됐던 투자수요가 아무래도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대책 발표로) 재건축 단지 수주에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이 같은 미분양 우려로 과천의 C공인 대표는 "당장 분양이 올 하반기에 시작되는데 투자수요가 한꺼번에 빠지면 분양시장도 고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임광복 김아름 윤지영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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