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카카오뱅크와 김상조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7 17:04

수정 2017.08.07 17:04

[기자수첩] 카카오뱅크와 김상조

"정말 편해." 최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를 극찬하며 친구가 눈앞에서 통장으로 100원을 송금해줬다. 받을 은행과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입력하니 1분도 안 돼 100원이 통장으로 송금된 것이다. 번거로운 공인인증서도, 복잡한 ARS 본인인증 절차도 필요없었다. 보내는 이가 받는 이의 계좌를 몰라도 전화번호 하나로 오케이였다.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당장 난리가 났다. 강력한 '메기'의 등장에 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경제에서 메기효과는 한 경쟁자의 출현이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뜻한다. 노르웨이의 어부가 정어리를 항구까지 건강하게 운반하기 위해 수족관에 정어리의 천적인 메기를 넣은 것에서 유래했다. 천적인 메기로 인해 정어리의 생존율은 오히려 올라갔다.

카카오뱅크가 금융권에서 메기 역할을 한다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프랜차이즈산업, 더 나아가 유통산업 전반의 메기를 자청한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프랜차이즈산업에 대한 강력한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지난 40여년 동안의 관행으로 자리 잡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오는 10월까지 프랜차이즈 업계가 투명한 유통마진 공개와 상생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법대로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강력한 규제 '철퇴'는 언제나 강한 반발에 직면한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김 위원장의 경고에 '영업기밀이 누설된다' '일부 악덕업체로 인해 업계 전체가 고사할 수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몸을 사리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업계 종사자는 규제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간 업계가 쉬쉬하던 적폐 청산의 취지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도 '규제가 잘못됐다'가 아니라 '살살 해달라'는 분위기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고, 기왕 맞을 거면 한번 맞을 때 제대로 맞는 게 낫다. 실제 2013년 가맹점주의 자살로 불거진 편의점 업계의 갑질 관행은 현재 상당부분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다.
이슈몰이, 겁을 주기 위한 처벌도 좋지만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 관행 개선의 최종 목표는 제도 개선, 혹은 법률(시행령) 개정을 통한 시스템의 변화가 돼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교수 출신인 김 위원장의 별명은 재벌 '저격수'였다.
무차별적이고 파괴력이 큰 '철퇴'와 달리 '저격총'의 표적은 얇고 정확하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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