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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방산비리 수사, 용두사미 안되려면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8 17:20

수정 2017.08.08 17:20

[차장칼럼] 방산비리 수사, 용두사미 안되려면

검찰이 국내 유일의 항공기 완제기 생산업체이자 최대 규모의 방위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KAI) 수사에 착수한 지 한달가량 지났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부패범죄를 넘어 전투력과 국방력의 치명적 약화로 직결되는 방산비리라는 점 외에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첫 대형 사정수사라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다. 방산비리 역사는 꽤 깊다. 지난 1993년 '단군 이래 최대 비리'로 불리며 온 나라를 떠들석하게 했던 '율곡비리 사건'은 암암리에 자행돼왔던 방산비리를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한 계기가 됐다. 3년 뒤에는 이양호 전 국방장관이 경전투헬기사업과 관련해 대우중공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2000년에는 군 통신감청 정찰기 도입 사업과 관련해 로비스트 '린다 김'이 군 관계자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노무현정부는 2006년 군의 고질적 방산비리 근절을 위해 방위사업청을 국방부의 외청으로 출범시켰지만 지난 10년간 방산비리 규모는 육.해.공군을 합쳐 총 1조1500억원에 달한다. 방산비리는 국가안보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에 사전에 범죄징후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군사기밀에 따른 정보의 비대칭성과 '군피아'로 불리는 전관예우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적발이 쉽지 않다.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방산비리는 비리 발생에서 적발까지 평균 2년이 걸렸고, 1년간 한시적 수사를 벌였던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이 기소한 15건 중 방사청이 인지해 수사의뢰한 사건은 단 1건도 없었다. 현재 2억원의 포상금 상한선을 더욱 높이는 방식을 통해 내부고발제도를 활성화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부 형태로 신설된 '방위사업수사부'의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앞서 방수부 전신인 방위사업비리 합수단은 장성급 인사만 11명을 재판에 넘겼다며 수사성과를 자평했지만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과 최윤희 전 합참의장 등 주요 피고인들은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검찰의 수사나 공소유지 능력에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한 차례 고배를 마신 검찰로서는 이번 KAI 수사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검찰은 특히 하성용 전 KAI 사장 재직 시절 최대 수천억원대 규모의 분식회계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011년 KAI에서 퇴사했다가 2013년 사장으로 '금의환향'한 그는 TK(대구.경북) 출신으로,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행보가 박근혜정부 실력자들과 긴밀한 관계였기에 가능했다는 의혹이 더해지며 이전 정부 핵심 인사들로 수사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탄생한 문재인정부가 과거 정권처럼 정치보복의 도구로 이번 수사를 활용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개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놓여 있는 검찰이 알아서 권력의 눈치를 보는 일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검찰은 전 정권 인사들과 유착된 권력형 비리에만 매달리지 말고 방산비리 전반을 파헤치는 데 칼날의 초점을 맞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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