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인터뷰] 이호철 한국IR협의회장 "기업들 IR 활성화 위해 전문가 양성 주력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0 17:30

수정 2017.08.10 22:22

역사 짧은 우리 자본시장 IR 인색.. 주주가 곧 오너라는 인식이 중요
이호철 한국IR협의회장 사진=박범준 기자
이호철 한국IR협의회장 사진=박범준 기자

올 들어 증시가 연일 고점을 갈아치우면서 박스권 탈출에 성공했다. 시장이 호황이다 보니 상반기 기업공개(IPO) 규모도 금액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4배 이상 많아졌다. 상장사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나면 그 뒤부터는 투자자들과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 큰 숙제로 떨어진다.

상장사와 투자자 간 소통창구는 기업설명회(IR)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한국IR협의회가 이를 지원하는업무를 담당한다.



지난 9일 한국IR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호철 회장(사진)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행정고시를 통해 관가에 입문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증시의 중심인 한국거래소에서는 유가증권과 파생상품본부장을 두루 역임하면서 자본시장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완성했다. 이 회장에게 상장사들이 IR 활동이 너무 인색한 게 아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IR협의회의 활동이 소극적이지 않냐는 뜻을 깔고 있는 질문이었다. 그는 선선하게 "맞는 지적"이라고 답했다.

이 회장은 "기업들과의 모임에서 자주 나오는 얘기인데, 상장사의 절반가량은 상장이후 IR를 안하고, 매년 1회 이상 하는 기업은 20% 정도에 불과하다"며 "기업 규모가 작은 코스닥이나 코스피 기업들은 이보다도 더 IR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이런 인식들을 바꿔주는 게 중요하지만, 여력이 부족한 코스닥이나 코넥스 기업들은 IR 전문가 양성부터가 어려운 일"이라며 "이들에게는 컨설팅이나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 IR 활동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신경을 더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이 IR에 인색한 이유에 대해 이 회장은 우리 자본시장의 짧은 역사가 가진 한계라고 지적했다. 좁게 보면 투자자들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고, 기업 경영진들의 인식도 아직은 성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국내 투자자들은 너무 단기성과에 급급한 경향이 있다. 경영자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지켜갈 수 있는 물리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IR 담당자들의 고충을 들어보면 주가가 조금만 떨어져도 하루종일 항의 전화를 받는 경우들이 많다고 한다"며 "이런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IR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결국 기업의 주인이고, 자금의 공급자이며,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자이기 때문에 소통과 정보공개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투자자와 상장사의 이상적인 관계 설정을 위해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 투자에 매달리는 투자자들은 상장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내가 주주라는 주인의식이 부족하다는 것. 상장사 역시 회사가 경영진들의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잘못된 용어 사용 때문이 인식이 왜곡돼 있다. 대표적으로 '오너'라는 단어인데, 상장기업의 주인은 한두 개인이 될 수 없다. 주주들 전부가 오너이고, 그중 대주주가 있는 것일 뿐"이라며 "서구의 여러나라들은 상장기업(listed company)대신 공개기업(public company)이란 용어를 많이 쓴다. 기업정보를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주식 역시 스톡(stock)보다는 셰어(share)로 즐겨 부르는데, 이는 회사의 리스크를 함께 나누는 반면 이익도 함께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지난해 취임해서 올해로 2년째 IR협의회장을 역임 중이다. 그는 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IR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건 경영자의 몫임을 강조한다고 한다.


이 회장은 "상품을 만들고 파는 것은 담당부서에서 하겠지만, 기업가치를 높이고 투자자들에게 팔 수 있는 사람은 최고경영자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가는 투자자들을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기업이 흥하면 그 이익을 함께 나누지만 망하면 그들도 투자금 모두를 날리기 때문"이라며 "기업이 IR을 통해 매서운 눈을 가진 투자자들과 소통의 문을 항상 열어놓아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