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원전, 해체도 우리 기술로 안전하게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4 16:51

수정 2017.08.14 16:51

[특별기고] 원전, 해체도 우리 기술로 안전하게

20세기 중반부터 세계 각국이 건설한 많은 원전들이 설계 수명을 다해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약 163기의 원전이 영구정지됐다. 게다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각 나라들의 원자력정책이 변화하면서 원자력시설 해체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원전 해체가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고, 해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해체(decommissioning)'는 영구정지한 원자력시설을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시설의 특성과 국가별 여건에 따라 적합한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 분야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원자력발전 연구 초기인 1940년대부터 원전 건설과 함께 이용 목적을 달성한 실험.실증로의 해체를 통해 독자적인 원전 해체기술 기반을 구축해왔다.
우리 정부도 이미 지난 2012년부터 해체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만들어 세계 해체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해체기술 자립정책을 추진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국내 해체기술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원자력시설 해체 핵심기술 개발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2015년 고리1호기 영구정지 결정 이후 범부처 차원에서 원전 해체기술 방향도 세웠다.

원전 해체는 기술적으로 △제염 △절단·해체 △방사성폐기물 처리 △환경복원 등 크게 네 분야로 나눌 수 있다. 해체에 필요한 핵심기술 38개와 실용화기술 58개 중 우리나라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기술은 각각 11개, 17개로 우리나라의 해체기술은 선진국 대비 약 80% 정도로 평가된다. 아직 확보하지 못한 기술은 2021년까지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등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학계(UNIST, 충남대, 단국대 등)를 중심으로 핵심 요소 기술을 개발 중에 있고, 울산 등 원전 밀집 지자체에서는 해체기술개발 환경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해체 핵심기술 개발 및 연구로 등의 해체사업을 통해 일부 해체관련인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원전 해체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도 원전 운영 중에 발생한 폐기물의 감용처리, 해체사업설계 등의 분야에 일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원전 해체기술 국산화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 진입을 하려면 기술개발과 더불어 체계적인 기술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다.

적기에 원전 해체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 주도의 중장기적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험실 환경에서 개발된 기술을 해체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제 환경 모사 실증을 위한 집약적 해체융복합기술 검증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원자력의 지속적 이용을 위해서도 원전주기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해체는 선택이 아니라 꼭 해결해야 할 필수 과제다. 해외 해체 경험국에 비해 늦게 출발하고 있지만 원자력 이용의 경험을 활용해 해체기술을 구축한다면 국내 원전의 안전하고 경제적인 해체는 물론 세계 해체 시장 진출도 꿈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해체기술 자립정책을 기조로 중앙정부, 지자체 및 산학연의 실천적 협력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김희령 울산과학기술원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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