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드라기의 통화정책 전환 ‘强유로’가 복병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4 18:00

수정 2017.08.14 18:00

유로존 경기회복세에 약달러 여파까지 겹쳐 통화정책 방향 설정 난항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통화정책 운용이 '유로 강세'라는 복병으로 더 꼬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달 하순 잭슨홀 연설로 운을 띄우고, 다음달 초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QE) 축소(테이퍼)를 발표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은 빨라야 10월이나 돼야 테이퍼가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에 대세자리를 넘겨줬다.

13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로가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경기회복세와 미국 달러 약세 등의 여파로 강세를 보이면서 드라기 총재의 통화정책 방향 설정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유로는 올들어 미국 달러에 대해 6% 상승해 2년 반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5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유로존 경제성장률과 취임 후 정책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력증에 따른 달러 약세가 더해진 결과다.

주요통화 대비 유로 가치를 나타내는 유로지수도 석달만에 5%가 뛰었다.
유로 강세는 가뜩이나 곤란해진 드라기를 더 구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오랜 통화완화정책의 부작용이 걱정되기도 하고, 사실상 불가능해보이는 규정 개정이 없는 한 지금의 채권매입을 지속할 수 없어 ECB가 결국은 테이퍼를 결정해야 하지만 낮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그동안 테이퍼의 당위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돼 왔다.

여기에 유로 강세가 덧붙여지게 된 셈이다. 강유로는 '2%에 근접'이라는 ECB의 물가 목표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유로존의 낮은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킨다. 수입물가 하락으로 물가오름세가 더 둔화되기 때문이다. 반면 유로존의 수출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정책당국으로서는 좋을게 하나도 없다.

특히 강유로는 ECB내 매파와 비둘기파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드라기 총재에게는 뜻하지 않은 돌풍이 될 수 있다.

드라기는 QE를 줄기차게 반대하는 독일과 급격한 테이퍼가 경제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을 우려하는 이탈리아 등 유로존 주변부의 비둘기파 국가들간에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유로 강세가 이같은 균형추를 무너뜨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유로강세는 드라기 총재로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난제가 됐다. 드라기가 QE를 아무리 강조해도 시장은 ECB가 결국은 손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심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ECB가 사들인 채권 규모로 볼 때 ECB가 사들일 수 있는 채권은 조만간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강유로는 물가상승 발목을 잡고, 수출을 어렵게 만들 것이어서 테이퍼 결정을 늦추는 강력한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문에 ECB가 당초 9월 7일 회의에서 테이퍼를 결정할 것이라과 봤던 애널리스트들은 그 시기를 10월 26일로 늦춰잡기 시작했다.

드라기 총재가 일단 한차례 연기한 뒤 강유로에 따른 인플레이션, 성장 둔화 충격은 우려만큼은 크지 않다고 봉합하고 테이퍼 결정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픽테트 자산운용의 프레데릭 두크로체트 이코노미스트는 "ECB는 유로 강세가 회복세를 궤도이탈시키지 않을 정도로 노동시장과 투자환경이 개선됐다고 말할 수도 있다"면서 "다만 시장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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