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재무학회칼럼]

세계화는 끝나고 있는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현 등으로 각국에서 포퓰리즘이 득세하면서 세계화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세계화를 두고 2008년 글로발 금융위기와 경제침체를 일으켰고 심한 불평등을 초래했다는 비난과 분노, 증오가 표출되고 있다. 그래서 세계화는 곧 끝날 것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세계화에 관해서 앞으로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라고 전망하는 것은 그렇다치고,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과연 세계화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되고 끝나야만 하는가 하는 당위론적 얘기다. 그 대답은 세계화의 공과를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세계화는 1990년대 소비에트 붕괴,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등으로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이 확산되면서 급진전됐다. 이후 정보통신 기술혁신, 금융개방, 자본이동 자유화를 통해 더욱 확대됐다. 따라서 그동안 세계화에 대한 논의는 주로 무역·금융 면의 교류와 통합이 증대되는 현상만 다뤄왔다. 하지만 세계화는 제도, 기술, 언어 등의 표준화 그리고 의식주, 연예, 스포츠 등 소비문화의 보편화를 통해 사회적·문화적·정치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화로 인해 우리들의 삶이 새롭게 규정되어 온 셈인데 이로써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된 것도 사실이지만 수많은 사람이 혜택을 입은 것도 사실이다. 세계화가 진전되는 동안 세계의 빈곤 인구는 10억명 이상 줄었다고 한다. 인도, 중국, 멕시코,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빈곤을 벗어난 것은 세계화의 덕이라고 볼 수 있다.

불평등을 대하는 시각도 다를 수 있다. 가령 50에서 100이던 불평등의 차이가 80에서 150으로 더 벌어졌다면 불평등의 심화를 지적할 수 있다. 불평등 자체만 따진다면 50-100의 폭이 가령 30-60으로 좁아지는 것을 개선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결코 발전이라고 볼 수 없다. 불평등의 폭은 넓어지더라도 50이 80으로, 100이 150으로 커지는 것을 발전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세계화로 크게 덕을 본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인 것 같다. 굳이 '한강의 기적' 같은 말을 하지 않더라도 한국 경제의 비약적 성장이 세계화에 힘입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 기업들이 교역의 세계화를 통해 시장 범위를 세계로 확대하고, 기술 및 경영혁신의 혜택을 공유하면서 세계 최대·최고의 기업으로 부상하고 이에 한국 경제가 크게 성장한 것이다. 안으로는 최고 수준의 소비문화가 정착되면서 삶의 질이 높아지고, 밖으로는 한류가 세계문화의 주류에 등장하게 된 것 그리고 세계를 무대로 자산증식, 아이디어 교류, 대학교류, 스포츠 교류 등을 통해 국격을 제고할 수 있었던 것도 세계화의 덕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세계화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야 할 것 같은데, 여러모로 보아 세계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보호무역, 관세장벽, 자유무역협정(FTA) 파기·축소 등으로 교역의 세계화는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미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생산, 거래, 투자, 금융, 정보, 기술, 아이디어, 소비의 세계화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앞으로 계속될 인공지능(AI), 자동화,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혁신이 세계화를 더욱 진전시킬 것이다.
아무도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일어나고 있다면 이 또한 세계화를 촉진할 것이다.

그래서 세계화는 앞으로도 계속돼야 하고 또 계속될 것이라고 감히 말해 본다. 다만 앞으로의 세계화는 지금까지 배운 교훈을 통해 더 보편적으로 착하게 진화된 세계화가 되기를 바란다.

장석정 美 일리노이주립대학교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