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29)씨는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얼굴을 찌푸린다. 인근 전철역으로 향하는 골목길에 음식물쓰레기 수거용기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인근 음식점 소유라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따금 욕지기를 느낀다. 여름철에는 악취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A씨는 “음식점 주인에게 항의하고 싶지만 유별난 사람처럼 보일까봐 참고 있다”면서도 “관공서에서 단속할 수 없는지 알아보고 싶을 만큼 답답하다”고 말했다.
도로변에 놓인 음식점용 음식물쓰레기 수거용기(이하 수거용기)에 시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부분 불결한 상태로 방치돼 있어 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음식물쓰레기는 각 지방자치단체 시·군·구 ‘음식물류 폐기물 수집·운반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조례’에 따라 전용봉투 또는 수거용기를 통해 배출해야 한다. 음식물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음식점에선 대량 보관·처리가 가능한 수거용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 음식점주 B(54)씨는 “종량제봉투를 일일이 사용하기 번거로워 수거용기를 가게 근처에 두고 있다”면서 “식당 일이 바빠 수거용기를 온종일 신경 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거용기가 세척되지 않거나 파손돼 음식물쓰레기, 침출수가 흘러나오는 경우가 심심찮다는 것. 침출수는 부패된 쓰레기에서 나오는 오수를 말한다. 결국 악취를 내거나 도로경관을 해쳐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게 된다.
서울 내 대학생 C(22)씨는 “평소 비위가 약한 편이라 음식점 근처 수거용기를 보면 입맛이 뚝 떨어진다”며 “관리가 어렵다하더라도 최소한 인적이 드물거나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비치해야 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는 음식점 주인의 인식 부족이 주원인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나 조례가 마땅찮아 관내 행정기관이 단속하기도 어렵다. 순찰을 돌더라도 권고 내지는 행정지도가 전부다. 대형 음식점은 수거업체와 계약을 맺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지만 소규모 식당은 자체 관리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구청에서 직접 관리하는 가정용 수거용기와 달리 음식점용은 관리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강제성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수거용기 관리를 강하게 거부하는 음식점에 대해선 위생과에 위생점검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은 현재 관련 TF를 구성, 강남구 내 수거용기에 대한 순찰을 실시하고 있다.
수거용기에 음식점 이름, 담당자가 기재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주시 완산구청은 지난 4월 업소명, 주소, 수거업체 정보가 적힌 스티커를 수거용기에 부착한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한 환경 시민단체 관계자는 “일반 음식점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편의를 이유로 수거용기를 도로변에 내놓는 등 도시환경을 해치는 사례가 심심찮다”면서 “폐기물관리법에서 음식물쓰레기 수거와 관련한 법적 근거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들도록 하고 있지만 중앙부처 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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