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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친환경 인증 마크

이재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7 17:25

수정 2017.08.17 17:25

정부 인증마크는 정부나 공신력 있는 기관이 특정한 기준에 의해 실시한 검사를 통과한 제품에 부여하는 일종의 훈장 같은 것이다. 소비자는 인증마크가 붙은 제품은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이런 인증마크가 항상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파동 때 국가통합인증(KC)을 받은 제품이 포함돼 있었고, 지난해엔 KS 인증을 받은 전국 학교의 우레탄 트랙과 인조잔디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되기도 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가에서 '살충제 계란'이 적발돼 소비자를 충격에 빠뜨렸다. 문제의 농가들은 항생제나 합성항균제 등이 포함되지 않은 일반 사료만으로 키운다는 이른바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곳이다.
그런데도 해당 농가는 버젓이 살충제를 써왔고, 민간 인증대행업체는 이를 묵인해왔다. 정부는 심지어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에까지 살충제를 무료로 공급했다.

1999년 도입된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국립농산물관리원이 전담하던 업무를 2002년부터 민간업체와 분담했고, 올 6월에는 민간이 전부 넘겨받았다. 초기부터 민간 인증업체와 지자체 공무원, 농가가 뒷돈거래를 하며 무더기로 인증을 해주는 사건이 빈발했다. 2013년 감사원 감사 결과 민간업체 직원이 자신이 경작한 농산물에 '셀프 인증'을 하거나 인증 취소 기간(1년)이 지나지 않은 농가에 재인증을 해주는 등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나기도 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는 연 2000만~3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고, 농산물 값도 최대 2배까지 받을 수 있다. 전국에 있는 1456곳 산란계 농가 중 53%인 780곳이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수수료로 먹고사는 전국 64개 민간 대행업체들은 인증을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 지난해 2734건 등 한 해 수천건의 부실인증이 적발되는 이유다.
소비자는 이제 친환경 인증마크를 믿을 수 없게 됐다. 농축산물을 직구매하거나 친환경을 보증해주는 생협을 찾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에 맡긴 인증업무를 돌려받거나 아예 제도 자체를 철폐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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