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대만 대정전, 입맛대로 해석 말아야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1 17:17

수정 2017.08.21 17:17

[차장칼럼] 대만 대정전, 입맛대로 해석 말아야

지난 8월 15일 오후 4시50분(현지시간) 대만에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타이베이시 남부 다탄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단지에서 연료 공급이 일시 중단됐기 때문이다. 다탄 발전단지는 LNG를 원료로 6기의 발전기를 돌려 420만㎾의 전력을 생산하는 가스발전소인데 LNG 공급이 끊기면서 전력 생산이 멈춘 것이다.

이로 인해 대만 북부 17개 시.현 668만~828만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이 나라 전체 가구의 최소 46%에서 최대 64%에 해당하는 수치다. 승강기와 에어컨이 가동을 멈췄고 각 가정과 가로등의 불도 들어오지 않았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전력 공급이 정상화된 오후 9시40분까지 약 5시간 동안 더위와 암흑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직원의 실수가 직접적 원인으로 알려졌다. 담당 직원이 조작을 잘못해 에어밸브를 2분간 잠근 순간 연료 공급이 끊겼고, 발전소 전력망 이상으로 이어져 대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당 장관인 리스광 경제부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2025년까지 원전 없는 대만'을 내세웠던 차이잉원 총통이 사과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만 대정전의 후폭풍은 거셌다. 자국은 물론 비행기로 2시간30분 떨어진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재인정부도 차이 총통처럼 집권 이후 탈원전 정책을 내세우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롤모델이 아시아 최초로 탈원전을 선언한 대만이기 때문이다.

비판하는 쪽은 탈원전 모범이라는 대만에서 대정전이 발생한 만큼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며 탈원전 정책 수정을 요구한다. 반면 다른 쪽은 두 나라의 상황이 달라 비교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사실 대만의 대정전은 탈원전 정책보다 직원의 실수로 빚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재(人災)에 가깝다. 또 한곳에 대용량 발전소를 집중 건설한 '다수호기'의 문제가 크며 예비전력망이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

그렇다고 원전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동을 중단했던 원전 2기만 그대로 운용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도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양쪽 모두 완전히 잘못된 지적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틀에서 보면 두 주장 모두 오류를 범하고 있다. '아전인수(我田引水)'이고 '침소봉대(針小棒大)'다. 자신들의 논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유리한 일부분만 부풀려 강조하려는 성격이 짙다. 코끼리 한 마리를 설명하면서 한쪽은 코만, 다른 쪽은 다리만 가리키는 형국이다.
이래선 국민이 코끼리의 생김새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힘들다.

원전은 경제이든, 안보이든 한 나라의 운명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편향된 논리로 국민의 결정을 헛갈리게 해선 안 된다.

jjw@fnnews.com 정지우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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