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인터뷰] 한상하 재기중소기업개발원장 "재도전 통합 컨트롤 타워 필요"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1 20:01

수정 2017.08.21 20:07

[인터뷰] 한상하 재기중소기업개발원장 "재도전 통합 컨트롤 타워 필요"

[부산=최영희 중소기업전문기자] 지난 17일 부산 학장로 소재 재기중소기업개발원에 들어서자 바삐 움직이는 직원들로 정신이 없었다. 9월 3일 시작되는 '제 23기 재도전 중소기업경영자 힐링 캠프' 준비 때문. 이번 캠프는 8월 25일까지 신청 접수를 받고 있다. 가스 전문기업 엠에스코프 전원태 회장이 사재를 털어 설립한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부도 또는 폐업을 경험한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재기를 돕기 위한 각종 교육을 전액 무료로 4주간 실시하고 있다.

■힐링캠프 수료자 생존율 97.4%에 달해

2011년 출범한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이 현재까지 경남 통영 죽도에서 실시한 '재도전 중소기업경영자 힐링캠프' 수료생은 370명에 이른다. 힐링캠프 수료생의 재창업 성공률은 61%에 달했다. 지난 2016년 말 전수 조사를 한 결과 323명이 응답자 가운데 197명이 재창업에 성공을 했다.
창업에 실패한 기업인 10명 중 6명 이상이 교육을 받고 다시 창업에 성공한 것이다. 이들은 524명의 일자리를 창출해 냈으며 총 454억원의 매출 성과를 이뤄냈다.

더 놀라운 점은 생존율이다. 힐링캠프 수료자들의 창업 3년 생존율은 97.4%, 일반기업의 창업 3년 생존율 41%에 비해 두배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한상하 재기중소기업개발원장(사진)은 "일반 창업자나 재창업자에 비해 '재도전 중소기업경영자 힐링캠프' 수료생의 경우 재창업율도 높고 생존율도 훨씬 높다는 것이 지난 6년간의 실제 데이터로 증명됐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이어 "이는 재도전의 성공 필수조건이 단순히 금융이나 인프라가 아니라 기업인 스스로의 자기성찰과 기업가 정신 무장 등 내적인 요인에 달려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힐링캠프는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커리큘럼에 자기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포함하고 있다.

한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한번 실패한 중소기업인은 신용불량, 가족 해체 등 심각한 정신적, 물질적 충격은 물론 부정적인 사회 인식으로 인해 일반 창업자에 비해 훨씬 열악한 상황에서 재도전을 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한계극복을 위한 정신 무장은 물론 반드시 자기 성찰의 시간과 반성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새롭게 태어나도록 지원해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재도전 컨트롤 타워 절실

문재인 정부 들어 실패한 기업인들의 재기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재도전이 가능한 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일명 '패자부활 오뚝이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방침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연대보증폐지와 삼세번 재기지원펀드 운영 등이다.

하지만 한 원장은 아직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재도전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그는 "연대보증폐지나 삼세번 재기지원펀드 등은 좋은 제도지만 실제 재도전 기업들이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재도전 컨트롤타워"라며 "재도전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양적인 면에서 분명히 활성화된 측면이 있지만 실제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유사.중복, 지원 연계 부족, 책임소재 불명확 등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기존 중소벤처기업부 중심이 되어 산하기관들이 해왔던 재도전 지원 업무들이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미래부), 지방자치단체, 그 산하단체에서도 각자 비슷한 명칭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 원장은 "각 기관별 추진 정책에 허점이 많이 보인다"면서 "해당 부처 실무자들조차 재도전 제도가 있는 지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부산시와 부산지법, 중소기업진흥공단, 신.기보, 경제진흥원 등 유관기관 및 재기 성공기업들이 재도전 활성화를 위해 긴밀한 협력체계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원장은 "지원기관별로 분산된 재도전 업무의 체계화 및 고도화 방안 등을 논의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부산지역 재기지원 정책협의회를 만들고 있다"면서 "2차 실무 회의까지 마쳤고 조만간 실질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재도전 엔젤1호 투자조합도 결성됐다.
민간이 돈을 십시일반 모아 재도전에 나선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 펀드를 기획하고 추진한 전원태 재기중소기업개발원 이사장(엠에스코프 회장)은 "실패가 두려워 창업을 하지 못하는 창업 생태계가 하루 빨리 개선되고 실패가 자산이 되는 사회를 실현하는데 재도전 엔젤 1호 펀드가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이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적 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선 국민들의 인식 변화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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