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총선 앞둔 메르켈 내연車 포기?… 디젤 스캔들 차단 안간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2 18:02

수정 2017.08.22 21:58

야당 "업계 부정 방치" 비난.. 메르켈 정부에 비판 쏟아내
佛.英 내연차 금지 계획 관련.. 전기차 산업으로 전환 시사
총선 앞둔 메르켈 내연車 포기?… 디젤 스캔들 차단 안간힘

세계적인 '디젤 스캔들' 와중에도 꿋꿋하게 자국 자동차 산업을 감싸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업계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또한 디젤 스캔들이 재계 이슈를 넘어 총선 악재로 떠오르자 전기차 시대를 시사하며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독일 일간지 빌트와 인터뷰에서 "자동차 업계는 형사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큰 실수를 저질렀으며 제도 헛점을 악용했다"고 비난했다.

■총선 앞두고 업계와 거리 두는 메르켈

메르켈 총리는 인터뷰에서 자동차 업계 경영진들이 막대한 보너스를 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공평하지 않은 처사"라며 "경영진들이 보다 민감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전날 독일 RTL 방송에 출연해 "자동차 업체들이 뒤에서 배반을 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는 그의 과거 행적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자동차 업계의 대변인을 자처하던 메르켈 총리는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이 환경기준을 속이기 위해 차량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디젤 스캔들이 터진 직후에도 구체적인 처벌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배출가스 규제가 너무 까다로워 독일 자동차 업계가 피해를 받는다고 항의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올해 3월 독일 의회에 출석해 이를 해명하면서 디젤게이트가 독일 정부가 아닌 폭스바겐의 문제라고 선을 긋는 한편 "독일에서 차 한 대도 만들지 못할 만큼 규제가 과해서는 안 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벤츠, 아우디 등 다른 브랜드들 역시 배출가스 문제로 리콜에 착수하고 포르쉐, BMW 등 핵심 자동차 업체들이 배출가스 처리 문제를 20여년간 담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궁지에 몰렸다. 야당인 독일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은 메르켈 정부가 업계 부정을 방치했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독일 정부와 자동차 업계 경영진들은 이달 2일 회의를 열고 530만대에 이르는 디젤 차량의 엔진 소프트웨어를 개선하자고 합의했다.

■자동차 본고장 독일, 디젤 기술 버리나

업계는 일단 2일 합의로 급한 불은 껐다는 분위기지만 정가에는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 독일 재무부는 이달 보고서에서 디젤게이트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과 더불어 독일 경제의 위험요소라고 지목했다. 재무부는 "디젤게이트의 여파를 지금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추정하기 어렵지만 독일 경제의 새로운 위험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 내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반드시 경제발전의 중기 위험으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위기에 처한 메르켈 총리는 이달 14일 공개된 독일 시사주간지 '주퍼 일루'와 인터뷰에서 독일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미래를 시사했다. 그는 프랑스와 영국이 지난 7~8월에 204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 계획을 내놓은 점을 지적하며 "정확한 일정은 말할 수 없지만 이같은 접근이 옳다"고 평가했다. 현재 노르웨이, 네덜란드, 인도 등도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언급하고 "우리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80~95% 줄인다는 목표는 만약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당히 줄어든다고 해도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CNN머니에 따르면 독일 정부 대변인은 21일 해당 발언이 정부 입장이라고 확인했다.


독일은 1886년 칼 벤츠가 휘발유 엔진 자동차에 대한 특허를 신청한 이후 현대 자동차의 고향으로 불리는 만큼 독일이 디젤을 비롯한 순수 내연기관 자동차를 포기할 경우 그 상징성이 가볍지 않다. 메르켈 총리는 주퍼 일루와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만약 충전 시설과 전기차 기술에 투자를 늘릴 수 있다면 전반적인 구조 변화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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