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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알바' 뽑으면서 블라인드 채용? "새정부 욕보인다"

한국마사회가 '느닷없이' 문재인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 지난 25일 마사회가 발표한 청년인턴 채용공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무 19명, 기술 14명, 말(馬)산업 전문 7명을 뽑는 청년인턴 공고를 내면서 마사회는 "신 정부 정책기조인 '평등한 사회', '공정한 과정'을 적극 이행하고자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청년인턴이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희박한 '체험형'이란 점이다. '공공기관 청년인턴제 가이드라인'을 보면 '채용형'은 정규직 정원의 약 5%를 고려해 채용규모를 결정하지만, 체험형 인턴에 대한 선발은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다. 아르바이트나 다를 바 없는 체험형 청년인턴을 뽑으면서 평등한 사회, 공정한 과정을 언급한 것은 마사회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라는 새정부의 고용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온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24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일자리 정부 100일 성과와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새 정부 일자리 정책은 일자리 양과 질의 균형을 추구하며, 특히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정한 것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질'과 무관하게 통계상 고용률에만 집착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의미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를 맞추기 위해 공공기관을 닦달했고, 3월말 기준 공공기관 332곳과 부설기관 23곳 등 355개 기관의 비정규직 비율은 33.6%까지 치솟았다. 당시 주한미국대사관조차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 계획이 오히려 저임금 계약직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내용을 본국에 타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마사회가 새정부의 국정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사회 최고경영진과 전 정부의 연결고리가 강하다는 것이다. 이양호 마사회장은 지난해 12월16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으로부터 마사회장 임명장을 받았다. 고용형태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올해에만 2명의 마필관리사들이 자살한 것도 마사회에 부담이다. 현재 노동·시민단체들은 이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당장 13일 참여연대가 "자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마사회가 틈만 나면 새 정부에 '줄'을 대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마필관리사 죽음 이후 알려진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항의하는 노동계에 대해 "엄정 대처할 예정"이라던 마사회는, 여당이 마사회에 책임을 묻겠다고 나서자 돌연 태도를 바꿔 이 회장을 팀장으로 하는 '경영쇄신방안' TF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지난 24일에도 수년째 용산 주민들과 마찰을 빚어왔던 '화상경마장' 폐쇄 결정을 하며 "신정부 출범 이후 미해결 장기 갈등과제 해결의 모범적인 첫 사례"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정계나 관가가 아닌 일반시민들조차 마사회의 이런 행태에 의혹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한 용산구 주민은 "2015년 국민권익위원회와 서울시장도 무시하고 마사회 유도단까지 동원해 기습적으로 경마장을 개장했던 마사회의 과거를 비춰봤을 때 최근 행보는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