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호황 미 증시보다 금값 더 훨훨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5 16:36

수정 2017.08.25 16:36

【로스앤젤레스=서혜진 특파원】 미국 증시 호황 속에서도 미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올들어 금값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미 증시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8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온스당 1288.90달러로 올들어 12.1% 상승한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9.2% 상승에 그쳤다.

금값 상승폭이 미 증시 상승폭보다 높은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2011년 국제신용평가사 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으며 유로존 재정위기가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금값이 미 증시보다 빠르게 상승한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WSJ마켓데이터그룹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에서 1990년 이래 연간 기준으로 금값이 주식보다 더 오르거나 덜 떨어진 해는 27년 중 13년에 달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부터 시작된 강세장에서 금값 상승세가 증시를 넘어서는 일은 드물게 됐다고 WSJ는 말했다.

이처럼 금값이 빠르게 뛰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이 기업들의 호실적을 위협하고 있는 경제 문제들에 더 집중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미 부채상한선 상향 실패 가능성과 미 경제지표 부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23일 미국의 부채한도가 적시에 인상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AAA'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강등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2011년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자동차 수요 급감과 제조업 지표 부진 등 최근의 부진한 경제지표가 기업실적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때문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올해 세번째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이 올해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금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19개월간 큰 폭의 하락없이 랠리를 이어온 미 증시가 이제 고점에 달해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금 매수로 이어지며 금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달러 약세도 금값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올들어 16개 주요 통화에 대한 미 달러 가치는 7% 넘게 하락했다. 이로 인해 달러표시 자산인 금 가격이 상승했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글러스킨셰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 전체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불안이 차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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