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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 듣는다] 미국 '정치 붕괴'서 살아남기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5 17:41

수정 2017.08.25 17:41

[세계 석학에 듣는다] 미국 '정치 붕괴'서 살아남기

미국이 '정치적 붕괴' 한가운데 서 있다. 사실상 국내경제 어젠다를 관리하거나 외교정책 공조 관리가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백악관은 무너지고 있고, 의회는 무력화됐다. 세계는 경악과 두려움 속에 이를 지켜보고 있다. 미국이 살아남고 이 붕괴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의 사태를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일단 워싱턴엔 2개의 권력 중심이 있다.
백악관과 의회다. 둘 모두 혼란스러운데 이유는 서로 다르다.

백악관의 기능 마비는 주로 도널드 트럼프의 인성 문제에서 비롯된다. 많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태는 나르시시즘적 인성장애 증상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는 재앙적이다. 병적인 나르시시스트들은 폭력적인 갈등과 전쟁에 탐닉하는 경향이 있다. 최소한 트럼프는 건설적인 통치에 필요한 심리적 상태를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가령 정직, 존엄, 능숙함, 공감, 계획을 짜는 능력 같은 것이 결여됐다. 일부 관측통에 따르면 트럼프는 정신적 능력이 보통사람들보다 현격히 떨어진다. 그러니 '주변 어른들'이 트럼프의 위험한 성향들을 계속 통제할 수 있기를 바라야 할 뿐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어른들'은 점점 민간인이 아닌 3명의 장군(신임 백악관 비서실장 존 켈리,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을 포함한 군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다. 현명한 시민 지도자들은 평화의 열쇠다.

의회의 정치적 붕괴는 덜 극적이지만 그럼에도 심각하다. 여기서 원인은 개인적 비정상에 있는 건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돈이다. 입법기구는 기업 로비와 선거 기부금으로 심각한 부패의 유혹을 끊지 못했다. 자산 합계가 1000억달러에 이르는 기업가인 데이비드와 찰스 코크 형제는 사실상 표, 목소리, 하원 의장 폴 라이언, 상원 다수당 지도자 미치 매코널을 소유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과는 정치적 왜곡으로 귀결되고 있다. 라이언과 매코널은 끊임없이 미국인보다는 코크 형제에 유리한 법안들을 밀어붙이는 상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 의료보험법인 2010 적정보험법(오바마케어)을 없애려는 시도는 유권자의 의견이나 이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는 그저 코크 형제가 원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나르시시즘과 코크 형제의 돈 사이에서 미국 정부는 난장판이 됐다. 워싱턴은 여전히 영리하고 재능 있는 양당 인사들로 가득하지만 미국 정치기구들과 공식 절차는 쇠퇴했다. 연방정부에서는 연구인력들이 떠나거나 축출되고, 예산 대폭 삭감이 예고되면서 과학적 전문지식이 빠져나가고 있다. 노련한 외교관들은 국무부에서 썰물 빠지듯 빠지고 있다. 그 와중에 로비스트들은 우호세력을 들어앉히고 정부 전반을 난도질하고 있다.

소음 속에서 전쟁의 새로운 북소리도 들린다. 이란과 북한이 목표다. 진짜인지, 그런 체하는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의 외교·군사 정책들은 요즘 이른 아침 트위트로 발표된다. 백악관 직원이나 고위 참모들의 예지 같은 건 없다. 이는 위험하고 상황 악화를 초래한다.

나는 3가지 중단단계 그리고 네번째 장기절차를 제안한다.

첫단계는 트럼프가 트위터를 끄는 것이다. 둘째, 의회의 양당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호전적 성향을 통제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함께해야 한다. 미국 헌법 1조 8항은 의회에 전쟁 선포 권한을 줬다. 의회는 너무 늦기 전에 사장된 그 권한을 지금 다시 살려내야 한다.
셋째, 세계 열강들은 이란 또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어떤 독자적 공격도 심각하고 불법적으로 평화를 깨뜨리는 것이며, 전쟁과 평화는 반드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안에서 합의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넷째, 장기적으로 대통령제에서 의회제 또는 프랑스처럼 최소한 대통령제와 의회제가 혼합되는 체제로 바꾸도록 개헌하는 것이다.
지금은 대통령 권한이 지나치게 막강하다.

제프리 삭스 美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소장, 정리=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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