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스포트라이트 학대사각지대 아이들]

정부, 미취학 아동 찾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하반기 운영

(3) 잇단 대책에도 미취학 아동 학대 파악 안돼… 해결책은?
보육료.양육수당 미신청, 건강검진 미실시 아동 가정 찾아
복지수요.학대징후 판단… 서비스 지원.위기아동 모니터링

정부는 지난 2015년 말 인천 초등생 감금.학대사건에 이어 지난해 초 경기 평택에서 아동 원영이 학대사망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자 지난해 3월부터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추진해왔다. 그런데도 원영이 사건처럼 올해도 2명이 학대 끝에 숨진 사실이 전수조사로 뒤늦게 밝혀지는 등 미취학 아동에 대한 정부 관리가 허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미취학 아동이 학대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동학대 근절' 선포에도 뒤늦은 사례 발굴

정부는 지난해를 '아동학대 근절 원년'으로 선포하고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개최, 관계부처 합동의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확정했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직군에 성폭력피해자 통합지원센터와 입양기관 종사자 등을 추가했다. 신고의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정부는 아동학대 예방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학창시절부터 부모교육을 받는 방안도 추진했다. 초.중.고의 정규교육과 대학의 교양과목을 이수하는 내용이다. 이후 군대에서 정훈교육을 받고 결혼.임신.출산 과정에서는 부모교육을 실시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아동학대의 조기발견을 위해 정부 합동으로 발굴시스템을 구축하고 아동학대 사범에 대해서는 구속수사와 사건처리 기준을 강화한다고 했다.

그러나 올 3월 새학기를 맞아 교육부가 다시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새로운 사례들이 발굴됐다. 부산에서는 생후 6개월 된 아들에게 향불로 액운을 쫓는 의식을 하다가 아들이 숨지자 야산에서 시신을 불태운 뒤 유기한 사건이 7년 만에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이 아이가 만약 살아 있다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였다. 따라서 아이는 올해 취학 대상 명부에 이름이 올라 있었고 1월 있었던 예비소집에 참석하지 않자 관할 교육청이 경찰에 아이의 소재 파악을 의뢰하면서 뒤늦게 사건 전모가 밝혀졌다.

서울에서도 지난달 세살배기 아이가 개를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맞아 숨진 사건이 뒤늦게 경찰 수사로 밝혀졌다. 어머니 최모씨는 이 종교집단의 훈육 담당자와 함께 숨진 아이의 시신을 야산에 유기했다가 다시 파내 화장하고는 거짓으로 실종신고까지 했다. 미제로 남을 뻔했던 사건이 역시 올해 초 초등학교 미취학 아동의 소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말이 드러난 것이다.

■미취학 아동 발굴 시스템 추진…"부처간 협업 정착돼야"

취학 연령대 아동에 관해서는 최소한 입학 시점을 전후해 국가 차원에서 학대나 방임 여부를 점검할 체계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그보다 어린 미취학 아동의 안전은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있다. 학대 정황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 등 공권력이 섣불리 개입하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경찰이 학대전담경찰관(APO)을 운용하고 있지만 인력이 한정적이고 신고나 제보 없이 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경찰청은 올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됐는데도 입학하지 않은 미취학 아동 중 소재가 불분명해 수사 의뢰된 478명을 추적한 결과, 2명은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다. 이 중 아버지 A씨(61)는 "아들이 생후 2개월이 됐을 때 대전터미널 미아보호소에 맡기려다 닫혀 있어 대전역에서 처음 보는 50대 여성에게 넘겨줬다"고 진술했으나 대전터미널에는 미아보호소가 없는 데다 해당 여성을 붙잡았으나 아이의 행방은 찾지 못했다. 또 다른 행방불명 아동은 충북 지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사기 혐의로 지명 수배를 받으면서 종적을 감춘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아동학대 사각지대를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 보육료.양육수당을 신청하지 않거나 건강검진.예방접종을 받지 않는 아동을 발굴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올 하반기부터 시범 운영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이달 초 사회보장급여법 시행령을 개정함으로써 이런 아동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건강검진 미실시자 등에 대한 정보를 연계해 빅데이터에서 고위험 예측가구를 추출한 뒤 해당 지역 공무원이 가정을 방문, 복지수요와 학대징후를 판단해 관련 서비스를 지원하고 위기아동을 모니터링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발을 마치는 대로 내년 1월까지 시범운영을 하면서 문제점을 점검한 뒤 내년 상반기 정식 운영할 예정"이라며 "수시로 확인하면서 부족한 점이 있으면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미취학 아동은 성인보다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진술 확보가 어려워 수사에 난항을 겪을 때가 많다. 이를 극복하려면 객관적 증거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쉽지 않다"며 "보건복지부, 교육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가 서로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과정이 정착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이 하루 빨리 완성돼 그동안 파악하지 못했던 미취학아동을 발굴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