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개 숙인 사립대 교원] 사립대 교원 “애써 아이 가졌는데 생활고 시달릴 판”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30 17:17

수정 2017.08.30 21:07

(상) 육아휴직 ‘무급’ 규정에 한숨만
정부.일선 지자체 등에서 출산장려정책 펴고 있지만 상당수 사립대학 교직원은 육아휴직 수당 사각지대에
휴직에 수업 시수 못채우면 복직 후 채워야 해 ‘이중고’
정부와 일선 지자체는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펴고 있으나 상당수 사립대학 교직원들은 출산장려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출산에 따른 육아휴직을 신청할 경우 국.공립과 달리 육아휴직 수당을 받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일부 사립대는 육아휴직으로 수업 시수를 채우지 못하면 복직 이후 채우도록 한다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는 2차례에 걸쳐 육아휴직 수당을 받지 못하는 사립대학 교직원의 고충 및 해결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고개 숙인 사립대 교원] 사립대 교원 “애써 아이 가졌는데 생활고 시달릴 판”


#. 모 사립대 A교수(39.여)는 2개월간 200만원을 지출해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에 성공했다. 어렵게 가진 아이인 만큼 소중히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했으나 뜻밖의 말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대학 측으로부터 "휴직은 가능하지만 무급휴직"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A교수는 "휴직이어서 돈도 못 버는데 육아휴직 수당도 없으니 육아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나 싶었다"며 "아이를 키우면서 한 달에 최소 200만원 정도는 필요해 적금까지 해지했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내달 1일부터 육아휴직 수당을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등 떠밀어서라도 육아휴직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당수 사립대학 교직원들은 낭떠러지에 서있는 실정이다. 육아휴직 수당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해 금전적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공립학교 교직원과 달리 자신들이 근무하는 대학의 자체 규정에 육아수당 지급이 명시돼 있지 않으면 임신 및 출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립대학 교직원만 피해가는 국가 지원

30일 관련 당국에 따르면 현재 공무원과 근로자에게 육아휴직 수당을 지급하는 주체는 정부 및 회사 2곳이다. 정부는 인사혁신처를 통해 공무원에게, 전일제(풀타임) 근로자에게는 고용보험공단을 통해 육아휴직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공립학교 교육공무원과 4대 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국가로부터 1년간 통상임금의 40%를 육아휴직 수당으로 지원받는다. 회사는 육아휴직 수당을 지급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육아휴직 수당 상한액 내에서 자율적으로 추가 지급할 수 있다.

사학연금에 가입한 초중고 사립학교와 사립대학 교직원들은 제외된다. 공무원도 아니고 고용보험에 중복가입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사립 초중고는 일부 예산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아 교육공무원과 같은 조건으로 육아휴직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대구 Y고교 관계자는 "대부분 사립 초중고가 육아휴직 수당을 교육공무원과 똑같이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교육공무원, 사립초중고 교직원, 일반 근로자가 국가로부터 육아휴직 수당을 지원받는 동안 사립대학 교직원들은 소외됐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육아휴직 수당을 어느 곳에서도 받을 수 없다. 육아휴직 수당 사각지대에 놓여버린 꼴이다.

■의존할 곳은 대학…'무급' 규정에 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립대 교직원들이 육아휴직 수당을 받기 위해 기댈 곳은 대학밖에 없다. 현행법상 사립대는 회사와 마찬가지로 자율적인 규정에 따라 육아휴직 수당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육아휴직 수당 지급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대학 규정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서울 Y대의 경우 교육공무원과 같은 육아휴직 수당을 지급하고 대구의 K대는 육아휴직 수당을 본봉 70% 수준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J대나 광주 N대 등 일부 사립대는 육아휴직 수당을 '무급'으로 규정하고 있다. J대 한 교수는 "대학 내규에 따라 육아휴직은 무급이라는 말을 듣고는 분통이 터졌다"고 털어놨다.


결국 육아휴직 수당을 주지 않는 대학 교수들은 국가에서 지급하는 수당도 못받는 실정이다. 한 사립대에 재직 중인 여교수는 "사립대학도 기본적으로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공공교육시설"이라며 "국가가 나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한 관계자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사립학교의)자율성 보장을 위해 학교 정관에 따라 급여나 보수규정을 만들게 돼 있어 국가가 육아휴직 수당을 지급하라고 강제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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