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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권 브로커에 해외진출 발목잡힌 프랜차이즈---중국 브로커들,국산 브랜드 현지 등록 후 "돈 내라"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4 13:39

수정 2017.09.04 13:39

대기업 브랜드 물론 '안동' '춘천' 등 지명까지...
'뽀로로' 상표권 주장하는 브로커도 등장
중국 상표권 브로커가 '선점'했다고 주장하는 국내 브랜드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제해 놓고 있다.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의 브랜드는 물론 '뽀로로'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춘천' '안동'과 같은 지명까지 포함돼 있다.
중국 상표권 브로커가 '선점'했다고 주장하는 국내 브랜드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제해 놓고 있다.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의 브랜드는 물론 '뽀로로'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춘천' '안동'과 같은 지명까지 포함돼 있다.
중국 상표권 브로커가 국내에 보낸 협박성 메일. 상표권을 되찾고 싶으면 돈을 내라는 요구와 함께 중국 내에서 법정공방을 벌이더라도 자신들이 더 유리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들은 "인민폐 3만원만 내면 된다"고 국내업체와 접촉을 시도하지만 막상 협상이 시작되면 수천~억대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중국 상표권 브로커가 국내에 보낸 협박성 메일. 상표권을 되찾고 싶으면 돈을 내라는 요구와 함께 중국 내에서 법정공방을 벌이더라도 자신들이 더 유리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들은 "인민폐 3만원만 내면 된다"고 국내업체와 접촉을 시도하지만 막상 협상이 시작되면 수천~억대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우 불고기 프랜차이즈 업체인 H사는 재작년 중국진출을 계획하던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사 브랜드가 이미 중국 공상국에 등록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중국에 등록된 상표는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과 상표명은 물론 디자인도 똑같았다.

수소문해 본 결과 상표를 선점한 것은 중국내 상표권 브로커로 H사 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의 브랜드 100여가지를 이미 선점해 둔 상태였다. 브로커는 H사에 상표권을 되돌려주는 대가로 거액의 로열티를 요구했고, H사는 결국 수천만원을 건낸 뒤에야 브랜드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브랜드를 선점한 뒤 상표권을 돌려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거나 외국업체에 넘기는 중국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가운데에는 ‘설빙’ ‘BHC’ 등 프랜차이즈 업체 뿐만 아니라 ‘던킨도너츠’ ‘아모레’ ‘하림’ 등 대기업 브랜드를 선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있다.

심지어 ‘뽀로로’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춘천’ ‘안동’ 등 국내 지명의 상표권을 선점했다고 주장하는 브로커까지 등장할 정도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중국 상표권 브로커들은 국내 신규 프랜차이즈 업체 브랜드까지 마구잡이식으로 선점한 뒤, 해당업체가 중국진출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중국 당국으로부터 단속을 당할 것”이라는 협박과 함께 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브로커는 국내 언론에 메일을 보내 “상표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한국기업을 대신해 상표권을 출원했다”며 “우리가 한국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있으니 칭찬을 받아야 한다”는 억지주장을 펼칠 정도다.

심지어 “재판을 걸면 적어도 1년 이상 걸리고 그 기간 동안 상표를 쓸 수 없게 된다”고 위협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것이 이익”라고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브랜드를 중국 업체에 넘기겠다”고 대놓고 협박하는 수법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인민폐로 3만원(한화 약 511만원)이면 된다"고 국내업체와 접촉을 시도한 뒤, 국내 쪽에서 협상을 시도하면 액수를 늘려 최대 억대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국내업체가 보유한 브랜드를 중국 브로커들이 선점할 수 있는 것은 중국내 법률과 제도가 아직 선진국의 지적재산권 보호수준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어떤 브랜드이든 자국 내에서 먼저 등록한 사람에게 상표권을 주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제 아무리 유명한 브랜드라고 해도 중국에서 상표권을 등록하지 않았다면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외국 업체들의 브랜드를 훔쳐와 등록했더라도 중국 내에서는 훔친 브랜드에 우선권이 주어지게 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같은 법제도는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자국 내에서 먼저 등록이 됐다고 해도 외국에서 먼저 등록돼 활발하게 판매된 브랜드일 경우 상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표권 브로커와 협상을 대신해주는 브로커까지 등장했다”면서 “중국 등 해외진출을 준비하기 전에 상표권 등 제반사항을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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