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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이참에 누더기 임금체계 뜯어고쳐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1 17:32

수정 2017.09.01 17:32

수당·상여금 등 덕지덕지..기본급 중심 단순화하길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관련 판결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법원이 기아차 근로자에게 지급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회사 측에 3년치 밀린 임금을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함에 따라 기업들은 인건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대폭적인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해진 데다 노조의 통상임금 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심각한 '소송 리스크'에 시달리게 됐다.

통상임금 문제가 이처럼 꼬인 것은 통상임금의 개념, 범위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이 없는 탓이지만 우리 기업의 기형적인 임금 구성체계와 장시간 근로관행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자동결정되는 호봉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1970~1980년대부터 우리 기업들은 기본급은 적게 주고 여러가지 수당과 상여금을 덕지덕지 붙이는 임금체계를 선호했다. 기업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수당과 상여금을 늘려 인건비 증가를 억제하려 했고, 근로자들도 실질적인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마다하지 않았다.

평균연봉 1억원에 육박하는 현대자동차 생산직 노조원의 임금은 기본급 50%, 수당.성과급 30%, 특근수당 20% 내외로 구성된다. 그러나 2012년 대법원이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과 수당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함에 따라 이런 복잡하고 불합리한 임금체계는 설 땅이 없어졌다.

여러 전문가들은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대거 기본급에 포함시켜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개인의 업무성과나 회사의 경영성과를 반영한 상여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래서 호봉제를 성과연봉제, 직무급 또는 직능급으로 바꿔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위기의 자동차업계에서 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르노삼성은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인건비 부담을 줄여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르노삼성은 2015년 노사 합의를 통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대신 10여개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켰다. 또 호봉제를 폐지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노사는 머리를 맞대고 호봉제의 대안을 마련하고,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노조도 더 이상 성과연봉제 폐지와 호봉제 지키기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통상임금 문제를 지루한 소송으로 해결하려 하면 노사가 공멸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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