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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北 핵실험 하는데 … 美는 한·미동맹 흔드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3 17:11

수정 2017.09.03 22:36

FTA는 동맹 받치는 주춧돌.. 트럼프 '폐기' 언급 부적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 폐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했으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가 5일 백악관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미 FTA 폐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인지, 아니면 협상에 대비한 엄포용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시점은 상당히 좋지 못하다. 북한이 1년 만에 핵실험을 강행하고 수시로 미사일을 쏴대서다. 한·미 FTA는 단순한 통상협정이 아니다.
경제와 안보 등을 아우르는 한·미 동맹의 상징적 표현이다. 굳건한 동맹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한·미 FTA 폐기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양국 간 무역전쟁은 물론이고 동맹관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농후하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미국 내부에서 먼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게리 슈미트 미국기업연구소 메릴린웨어센터 안보담당국장), "FTA는 한·미 동맹의 경제적 주춧돌이며 지금은 양국이 무역갈등을 벌일 때가 아니다"(웬디 커틀러 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 등 한결같이 동맹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오죽하면 허버트 맥매스터 안보보좌관 등 백악관 참모진들까지 반대하고 나섰겠나.

한·미 FTA 폐기 카드는 시기는 물론 내용 면에서도 온당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원인이 한·미 FTA가 불공정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미 FTA가 없었다면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280억달러(2015년 기준)에서 440억달러로 불어났을 것으로 추정하는 보고서를 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한·미 FTA의 폐기는 물론이고 개정에도 반대하고 있다. 이는 미국도 수혜자였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한·미 FTA 탓이 아니라 미국 거시경제 탓"이라는 웬디 커틀러 전 USTR 부대표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미국 산업의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지 FTA가 불공정해서가 아니란 얘기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언급한 것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협상에는 열린 자세로 성실히 임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부당한 주장이나 요구, 압박 등에 겁을 먹고 끌려다니는 협상을 해 국익을 포기해선 절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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