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8·2 부동산 대책 시행 한달] "집값 잡기 성공했지만 실수요자 피해 줄일 보완책 필요"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3 17:38

수정 2017.09.03 22:25

부동산 전문가들의 평가
갭 투자 수요 둔화시켜 과열양상의 집값 진정국면
청약점수 낮은 신혼부부 새아파트 분양은 그림의 떡
규제에 함께 묶인 실수요자 내집마련 기회 줄 대책 절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열양상을 보였던 서울 강남 등 주택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든 것을 이번 대책의 가장 큰 효과로 꼽았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초고강도 규제로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다만 이번 대책에 따른 대출.청약 등의 전방위적 규제로 투기수요가 아닌 일부 무주택 실수요자나 서민.중산층 등에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8·2 부동산 대책 시행 한달] "집값 잡기 성공했지만 실수요자 피해 줄일 보완책 필요"

[8·2 부동산 대책 시행 한달] "집값 잡기 성공했지만 실수요자 피해 줄일 보완책 필요"

■당분간 강남 집값 상승세 '주춤'…실수요자 위주 재편

3일 전문가들은 8.2 대책에 대해 "새 정부 출범 이후 과열양상을 띈 주택시장, 특히 서울 강남권의 집값 열기를 식혔다"고 평가했다. 한달 새 수천만원에서 최고 수억원씩 몸값이 뛰던 서울 강남권 등이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되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도 금지되면서 이 일대 재건축 단지 집값 오름세가 한풀 꺾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 발표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면서 "정부가 향후 집값 이상조짐을 보이는 곳에 대한 추가 규제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만큼, 적어도 올해까지는 투기수요가 줄고 아파트값 오름폭도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 센터장은 "단기적으로 과열양상을 보인 서울이나 세종시, 부산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진정시키고 일부 재건축 단지나 아파트의 갭투자 수요를 둔화시킨게 이번 대책의 효과"라면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청약점수 낮은 무주택 중산층 실수요자는 치명타

전문가들은 이번 부동산 대책의 가장 큰 수혜자이자 피해자로 '무주택 실수요자'를 꼽았다. 정부가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수 △가입기간을 점수화해 높은 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청약가점제를 확대하면서 청약점수가 높은 무주택 실수요자는 신규 분양 시장 진입이 수월해진 반면 이 점수가 낮은 실수요자에게는 새 아파트가 '그림의 떡'이 됐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MW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세금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는 압박이 높아졌지만, 청약 점수가 높은 장기 무주택자는 최대 수혜자"라고 말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내 집마련을 하려는 중산층 중 청약점수가 낮고, 자금이 충분하지 못해 대출을 안고 구입해야 하는 이들은 오히려 주택 마련 장벽이 더 높아졌다"고 했다.

[8·2 부동산 대책 시행 한달] "집값 잡기 성공했지만 실수요자 피해 줄일 보완책 필요"

[8·2 부동산 대책 시행 한달] "집값 잡기 성공했지만 실수요자 피해 줄일 보완책 필요"

■실수요자 피해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돼야

이처럼 투기수요는 아니지만 정부의 규제대책 마지노선에 걸려 피해를 호소하는 실수요자들 위한 추가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다주택자여도 '보유목적'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다주택자 중에는 투기수요나 갭투자자들도 있지만, 서울 외곽에 단독주택 등을 갖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나 고령 가구 등도 포함된다"면서 "투기수요가 아닌 다주택자들까지 동일한 규제 바구니에 포함되면 부담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자 자금조달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8.2 대책을 통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40%로 강화했다. 무주택 가구주나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주택가격 6억원 이하 등 3가지 요건을 충족할 때만 LTV와 DTI가 10% 포인트 완화돼 적용된다.

■실수요자 은행문턱 높아져 정상적인 수요도 위축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부합산 연봉이 7000만원인 외벌이 가구 등은 은행문턱이 높아져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다"면서 "가계부채 관리도 중요하지만 내 집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의 기회도 보장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대출받아 집을 사는게 부담스러워 지다보니 팔려는 니즈(needs)가 있어도 사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완화된 LTV나 DTI를 받기 위한)부부합산 연소득 기준도 낮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부동산연구위원도 "대출 규제 급변으로 자금 마련 계획에 차질이 생긴 수분양자(분양을 받은 사람)나 실수요자 등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를 위한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임대사업 등록 대상 주택은 수도권의 경우 공시가격 6억원, 지방은 3억원 이하로 제한돼있다.

안 부장은 "양도세 등 세금혜택을 받게되는 기준이 공시가격 6억 이하 주택이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서울은 대부분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기 때문"이라면서 "고가주택 기준이 되는 9억원까지 가격을 올리는 등 주변시세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도 "세금 인센티브를 주거나 임대 등록시 복잡한 제도를 일원화해 다주택자를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기 위한 획기적인 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위한 '공급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실장은 "주거약자를 위한 임대주택 공급 외에도 민간에서 주택이 공급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양 본부장은 "공급량도 중요하지만 서민이나 중산층 등 교체수요를 위한 어떤 주택을 언제 공급할 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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