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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 대책 시행 한달] "맞벌이 부부는 대출도 못받나요… 내집마련 계획 포기할판"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3 17:38

수정 2017.09.03 17:38

소득한도에 막힌 신혼부부
"당연히 대출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돈을 어디서 더 구해야 할지 막막해요."

결혼 2년차인 주부 A씨(32)는 최근 내집 마련 꿈을 포기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전혀 무관할 것 같은 8.2 부동산대책에 초강력 대출규제가 포함되며 그동안 준비해온 내집마련 계획이 완전히 꼬여버렸다.

A씨는 "이번에 전세 임대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평소에 눈여겨 봤던 서울 마곡지구의 6억원 짜리 아파트를 사려고 했다"면서 "전세금 2억원에 나머지는 대출을 받아 들어가려고 했는데 8.2 대책 때문에 돈이 모자라게 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A씨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고 둘이 소득을 합치면 연봉이 8000만원을 넘는다. 정부는 8.2 대책을 발표하며 서민.실수요자에 한해 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 높여주겠다고 했다. 다만 서민.실수요자를 무주택세대주,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생애최초구입자는 7000만원) 이하, 주택가격은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6억원 이하, 조정대상지역 5억원 이하로 규정했다.
이후 기준을 부부합산 7000만원(생애최초 8000만원)까지 완화했지만 부부합산 연봉이 8000만원을 넘는 A씨는 8.2 대책으로 집값의 40%만 대출이 가능한 구조다. 결국 눈여겨 보던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 A씨는 1억원 이상의 자금을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

A씨는 "집을 가지고 욕심 부리겠다는 게 아니라 실제로 살겠다는 것인데 왜 우리같은 실수요자들까지 영향을 주게 만드냐"며 "은행이 알아서 대출심사를 해 투기수요를 거르면 되는데 대출 자체를 한꺼번에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대책으로 피해를 입은 지인의 사례도 전했다.
A씨는 "신혼집을 빌라로 시작했던 친구가 지난 7월 상계동에서 분양한 아파트에 운좋게 당첨됐는데 대출 문제 때문에 포기할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젠 집 걱정 끝났다고 좋아했는데 요즘 완전히 '멘붕'이 돼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아직도 사려던 마곡의 아파트를 포기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신용대출을 알아보든 다른 기관을 알아보든 부족한 자금을 보충할 생각"이라며 "투기를 잡겠다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규제를 내놔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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