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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 대책 시행 한달] "이사갈 집 계약했는데… 졸지에 2주택자 몰려 대출까지 막막"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3 17:40

수정 2017.09.03 17:40

주택 갈아타려던 피해자
"중개업소에서 8.2 대책 나오는거 몰랐냐고 타박을 줍니다. 그게 뭔지도 몰랐습니다. 애 셋 키우기 바빴지 부동산으로 돈 벌려는 사람이 아니면 그런 대책이 나오는 거에 신경이나 쓰겠어요. 온 국민이 다 아는 걸 혼자 몰라서 바보같이 계약을 한게 죄라면 죄네요"

서울 노원구에 사는 이주희씨(가명)는 요즘 잠을 이룰수가 없다. 그야말로 사는게 지옥이다. 이 씨는 서울 노원구에 시세 4억5000만원짜리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다. 아이 셋이 모두 자라나서 각자에게 방을 줘야겠다고 생각한 게 화근이었다.
지금 사는 곳보다 좀더 외곽인 도봉구로 이사를 가기로 하고 7월 28일 5억원짜리 집을 계약을 했다. 20년 결혼생활을 하면서 알뜰살뜰 모은 전재산인 노원구 집을 팔고 현금 1억원을 보태 이사를 갈 단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모두 물거품이 됐다. 8월 2일 이후로 거래가 뚝 끊기면서 아무도 노원구 집을 사지 않았다.

이 씨는 "(8.2 대책만 없었으면)시세나 주변시장을 봐도 이 정도면 대출 안받아도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면서 "이사날은 다가와서 노원구의 살고 있는 집 시세를 4억원으로 떨어뜨려서 내놨는데 문의조차 없어 여기저기 중개업소에 사정사정하면서 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도봉구 집 계약을 파기하기에는 계약금 5000만원이 아까웠다. 그는 "계약을 파기하면 되지만 계약금 5000만원 걸었던 것을 날려버릴 수가 없는거다"라며 울먹였다.

계약금 5000만원을 지키기 위해 결국 노원구 집을 전세로 내놨고 2억6000만원에 세입자가 들어왔다. 졸지에 원치도 않던 2주택자가 돼버려 필요없던 대출까지 받게됐다. 하지만 대출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2주택자가 돼 대출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 씨는 "대출상담사 10명 이상과 통화를 했는데 정부정책이 계속 바뀌고 처음에 이야기 할때는 걱정하지 말라고 대출 나온다고 하다가 지금은 안된다고 전화가 온다"라면서 "처음에는 대출이 나온다고 모두 장담을 했다가 안되는 상황이 계속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계속 대출 관련한 조항이 바뀌고 서류로 조항이 내려와야하는데 문서로 안내려오고 구두로만 내려오다 보니까 같은은행인데도 직원끼리 서로 다른 설명을 하는 경우도 있다"라면서 "너무 관련한 공부를 많이하다보니 오히려 대출상담사에게 우리가 가르쳐줬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은행에 2년안에 집 한채를 팔겠다는 각서를 쓰고 대출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2년동안 집값은 계속 떨어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집을 처분 해야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는 "대출에 대한 부담은 안고 가더라도 2년 적금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모으면 되겠지만 2년안에 팔아야하는 단서가 있으니 답답해졌다"라면서 "2년이라는 조항이 없으면 보유를 하다가 어느정도 무리없게 팔아도 되는 시점이 있을텐데 2년안에 팔아야하는 조건 때문에 죽겠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정부가 집값 잡았다는거 하나만 가지고 정권 바뀌어서 살기좋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생각지도 아닌 곳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을 배려를 해줘야한다.
저희같은 사람은 죽으라는 거냐"라고 토로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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